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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올라도 왜 더 빠듯할까…숫자로 드러난 ‘체감물가’의 정체

vik 읽는 시간 약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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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지난해보다 늘었는데 이상하게 생활은 더 빠듯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뉴스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트에서 장을 보고 외식을 하고 각종 생활비를 결제하고 나면 체감은 전혀 다를 때가 있다. 그렇다면 공식 물가와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물가 사이에는 왜 차이가 생기는 걸까.

단순히 기분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돈을 사용하는 곳이 다르고 자주 구입하는 상품의 가격 변화도 다르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 2%면 모든 가격이 2% 오를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라고 하면 흔히 지난해보다 모든 상품의 가격이 2% 정도 올랐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의미는 다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가 소비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하나의 지수로 만든 것이다. 식료품부터 의류, 주거, 교통, 통신, 교육, 외식 등 여러 품목이 포함된다.

모든 품목의 가격이 똑같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어떤 상품은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고 다른 상품은 거의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종합해 전체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소비자물가지수다.

따라서 공식 물가상승률과 내가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가격 변화가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

자주 사는 것의 가격이 오르면 체감은 커진다

체감물가를 이해하려면 구매 빈도를 생각해야 한다.

TV나 냉장고는 가격이 비싸지만 매주 구입하지 않는다. 한번 구입하면 몇 년 동안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쌀과 채소, 과일, 커피, 점심식사 같은 품목은 다르다.

일주일에도 여러 차례 돈을 지출하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소비자가 변화를 빠르게 알아차린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가격이 1년 동안 그대로였더라도 매일 사 먹는 점심값이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오른다면 소비자는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물가를 느끼는 빈도와 통계에서 계산되는 비중이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식비가 오르면 생활비 부담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

특히 식료품과 외식 가격은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준다.

먹는 비용은 마음대로 없애기 어려운 지출이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구매는 미룰 수 있고 여행도 취소할 수 있다. 새로운 옷을 사는 횟수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식사는 계속해야 한다.

가격이 올랐다고 하루 세끼를 하루 두끼로 줄이는 식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소비를 경제에서는 가격 변화에도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게 줄지 않는 필수적인 소비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식료품이나 외식비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가계가 느끼는 부담이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

1000원 오른 점심값이 더 크게 느껴진다

직장인의 점심값을 생각해보자.

평일 점심 한 끼 가격이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하면 한 번의 차이는 1000원이다.

하지만 한 달에 20번 점심을 사 먹는다면 추가 부담은 2만원이 된다. 여기에 커피와 대중교통, 저녁식사 같은 반복적인 소비까지 함께 오르면 실제 지출 증가는 더욱 커진다.

한 품목의 가격 상승보다 여러 생활비가 동시에 조금씩 오르는 현상이 가계에는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가격표에서 몇백원, 몇천원의 변화가 작아 보여도 한 달과 1년 단위로 누적하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이유다.

월급이 올라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

여기서 중요한 것이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의 차이다.

월급이 지난해 300만원에서 올해 306만원으로 올랐다면 명목상으로는 소득이 2%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내가 주로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그보다 빠르게 상승했다면 실제 구매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월급으로 살 수 있는 물건과 서비스의 양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소득이 증가했다고 반드시 생활수준이 같은 정도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소득 증가율이 내가 부담하는 생활비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월급은 올랐는데 쓸 돈은 줄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주거비가 가계마다 체감물가를 갈라놓는다

같은 소득을 받는 두 사람도 체감하는 물가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대표적인 원인이 주거비다.

자가주택에 거주하면서 대출이 거의 없는 가구와 매달 높은 월세를 부담하는 가구의 소비구조는 다르다.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이용한 가구라면 금리 변화에 따라서도 매달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월세가 크게 오르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주거비 변화가 훨씬 중요한 문제가 된다.

월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식비와 여가, 저축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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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와 4인 가족의 물가는 다르다

가구 형태에 따라서도 체감물가는 달라진다.

1인 가구는 배달음식이나 외식, 소용량 제품을 상대적으로 자주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는 식료품과 교육비, 주거비 등이 전체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를 매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유류비 변화에 민감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버스와 지하철 요금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진다.

결국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나의 물가상승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무엇에 얼마를 쓰는지에 따라 실제 체감하는 물가는 달라진다.

가격이 안 올라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상승에는 또 다른 형태도 있다.

제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내용물의 양이 줄어드는 경우다.

이를 흔히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과자 가격이 3000원으로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내용량이 100g에서 90g으로 줄어든다면 소비자가 같은 양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가격표만 보면 변화가 없지만 실제 단위당 가격은 상승한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줄이면서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의 가격 인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할인 사라지는 것도 사실상 가격 상승

가격표에 표시되는 숫자만 볼 것도 아니다.

평소 1만원인 상품이 항상 20% 할인돼 8000원에 판매됐다고 생각해보자.

어느 순간 할인 행사가 사라지면 정가는 그대로 1만원이다. 공식적인 가격 인상은 없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해야 하는 돈은 2000원 증가한다.

무료배송 기준이 높아지거나 쿠폰 혜택이 축소되는 경우도 비슷하다.

소비자는 상품의 표시가격보다 결제할 때 실제 빠져나가는 돈을 기준으로 가격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가격은 한번 오르면 잘 내려오지 않는다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움직임에도 차이가 있다.

농산물은 작황이 좋아지거나 공급량이 늘면 가격이 비교적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외식이나 미용, 숙박 등 서비스 가격에는 인건비와 임대료 같은 비용이 포함된다.

한번 오른 인건비와 임대료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체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더라도 일부 서비스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소비자가 “물가가 잡혔다는데 왜 가격은 그대로냐”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

물가가 내려갔다는 말도 오해하기 쉽다

물가상승률이 5%에서 2%로 낮아졌다는 뉴스가 나오면 상품 가격이 예전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1만원이었던 상품이 5% 올라 1만500원이 됐고 올해 다시 2% 오른다면 가격은 약 1만710원이 된다.

상승률은 5%에서 2%로 크게 떨어졌지만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물가 안정 뉴스와 실제 생활비 부담 사이에서 왜 괴리가 발생하는지 이해하기 쉬워진다.

물가 안정과 가격 하락은 다른 말이다

경제 뉴스에서 자주 혼동되는 개념이 디스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가 계속 오르지만 상승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다. 반면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인 가격 수준 자체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할 때 일반적으로 모든 상품 가격을 과거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뜻은 아니다.

가격이 너무 빠르게 상승하지 않고 일정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통화정책의 주요 목표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더라도 과거 몇 년간 누적된 가격 상승분은 가계에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고물가가 길어지면 소비 습관도 바뀐다

생활비 부담이 장기간 이어지면 소비자는 행동을 바꾸기 시작한다.

외식 횟수를 줄이고 집에서 식사를 하거나 대형마트 대신 가격이 낮은 상품을 찾아 이동할 수 있다. 브랜드 제품 대신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어날 수 있다.

여행과 의류처럼 당장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뒤로 미루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가 광범위하게 나타나면 기업에도 영향을 준다.

소비자가 가격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기업은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기 어려워지고 할인이나 저가 상품을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고물가는 단순히 가계 지출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시장 자체의 구조를 바꾸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내 체감물가는 직접 계산해볼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와 별개로 자신만의 생활비 변화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난해와 올해의 월평균 지출을 비교하는 것이다.

식비와 외식비, 주거비, 교통비, 통신비, 교육비, 보험료 등으로 나눠 보면 어떤 항목에서 지출이 가장 크게 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매달 생활비로 200만원을 사용했는데 비슷한 생활을 유지하면서 올해 210만원을 쓰고 있다면 지출은 약 5% 증가한 셈이다.

다만 소비량 자체가 늘어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개인 물가상승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내 지갑에서 실제로 어떤 비용이 늘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는 유용한 방법이다.

생활비 줄이려면 ‘큰돈’보다 고정비부터

물가가 오를 때 무조건 소비를 줄이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먼저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통신요금과 보험료, 구독서비스, 각종 멤버십처럼 작은 금액이지만 매달 반복되는 지출은 장기간 누적되면 상당한 금액이 된다.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가 있다면 정리하고 통신이나 보험 상품도 현재 생활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식료품 역시 무조건 가장 싼 제품을 찾기보다 단위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용량 상품이 항상 경제적인 것은 아니다.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양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소용량 상품이 유리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평균 물가’보다 중요한 건 내 지출 구조

소비자물가지수는 한국 경제 전체의 물가 흐름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통계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데 활용되고 임금과 연금, 각종 계약에서도 참고된다.

하지만 개인의 생활비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숫자는 아니다.

누군가는 식비 비중이 높고 누군가는 주거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자동차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의 지출구조도 다르다.

그래서 같은 물가상승률을 보고도 체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가 느끼는 물가는 결국 내가 어디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월급보다 먼저 오르는 생활비…체감경기의 진짜 얼굴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는 것은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고 해서 이미 오른 가격이 자동으로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식비와 외식비, 월세처럼 자주 지출하거나 줄이기 어려운 비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가계의 부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월급이 올라도 생활이 빠듯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평균적인 물가 숫자만 보는 것이 아니다. 내 소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생활비 가운데 어떤 항목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물가상승률은 경제 전체의 온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 지갑이 실제로 느끼는 온도는 각자의 소비 내역 속에 있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부터가 고물가 시대에 가계의 돈을 관리하는 첫걸음이다.

vik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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