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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세금 더 걷히자 ‘새 곳간’ 만든다…미래대응기금 어디에 쓰나

vik 읽는 시간 약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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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이 정부의 나라살림 운영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기업 실적 개선으로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가 호황기에 더 걷힌 세금을 별도로 쌓아 미래 투자와 세수 부족에 대비하는 새로운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이름은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21일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에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추가 세수가 기금 신설 논의를 빠르게 만든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기금 규모가 향후 100조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다만 100조원이라는 숫자가 현재 확정된 기금 규모는 아니다. 정확한 규모는 내년도 세입 전망과 예산안 등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반도체가 잘 팔리는데 왜 나라 세금이 늘어날까

반도체 수출이 늘고 기업의 이익이 커지면 정부 세입에도 영향을 준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이 이익을 토대로 부담하는 법인세다.

특히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업황 변화는 기업 실적을 넘어 세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도체 불황기에는 기업 실적과 함께 세입 여건이 악화될 수 있지만 반대로 슈퍼사이클이 찾아오면 예상보다 많은 세금이 걷힐 가능성이 생긴다.

문제는 이렇게 들어온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그해 지출에 모두 사용했다가 몇 년 뒤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세수가 줄면 정부 재정 역시 급격하게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미래대응기금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가 좋을 때 생긴 추가 재원을 모아두고 미래 투자와 경기·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일종의 ‘재정 저수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래대응기금에는 돈이 어떻게 쌓일까

정부 구상의 핵심 재원 가운데 하나는 내국세가 장기적인 증가 추세를 넘어서는 부분이다.

정부는 내국세의 장기적인 증가 흐름과 비교해 세입이 크게 늘어난 경우 일정 부분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는 구조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논의 과정에서는 10년 또는 20년간의 내국세 평균 증가율 등이 기준으로 거론됐다.

쉽게 생각하면 나라의 세금 수입에도 ‘평소 벌던 수준’을 정하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오는 호황기에는 초과분 일부를 별도 통장에 모아두겠다는 개념이다.

여기에 추가 세수와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원 등이 더해질 경우 기금 규모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의 최종 세입 전망에 따라 100조원 안팎의 기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반도체 경기가 계속 좋아야 비슷한 규모의 추가 세수가 반복된다는 보장도 없다.

올해 세금이 많이 걷혔다고 앞으로도 같은 속도로 돈이 들어온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모아둔 돈은 어디에 사용할까

정부가 제시한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투자 방향은 크게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이다.

미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산업 투자뿐 아니라 청년의 성장 단계별 지원, 지역경제 성장과 인재 육성 등에 재원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경기부양용 돈과 성격을 구분하는 것이다.

기금이 만들어졌다고 매년 100조원 가까운 돈을 한꺼번에 시장에 풀겠다는 뜻은 아니다. 적립된 재원을 필요한 사업에 투자하고 세수가 크게 감소하는 시기에는 재정을 보강하는 역할도 맡기는 구조에 가깝다.

결국 정부가 만들려는 것은 ‘호황기에 저축하고 필요할 때 투자하는 재정 계좌’라고 이해하면 비교적 쉽다.

그런데 왜 교육교부금이 같이 나올까

이번 정책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미래대응기금 자체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일 수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중앙정부가 지방의 교육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내려보내는 돈이다. 기존에는 내국세의 20.79%가 교부금 재원으로 연동되는 구조가 유지돼왔다.

이 방식의 특징은 학생 수와 직접 관계없이 내국세가 크게 증가하면 교육교부금 역시 함께 증가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세수 증가에 따라 교육교부금이 자동으로 크게 늘어나는 현행 구조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기존 내국세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앞으로는 경제 상황과 학생 수 변화 등을 반영해 교부금 규모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1972년부터 이어져 온 기본 구조가 50년 넘게 지나 크게 바뀌는 셈이다.

내년 교육교부금 100조원이 80조원 수준으로?

이번 개편이 주목받는 이유는 숫자를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존 방식이 유지된다면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 증가로 내년 교육교부금이 100조원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새로운 산정방식을 적용하면 약 80조원 안팎으로 편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를 단순히 ‘현재 교육예산 100조원을 80조원으로 20조원 삭감한다’고 이해하면 실제 구조와 차이가 있다. 세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기존 공식대로라면 자동으로 늘어났을 교부금과 새로운 방식으로 계산한 교부금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제도를 유지했다면 교육현장으로 들어왔을 재원이 다른 분야로 이동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은 줄었지만 교육비도 줄었을까

정부가 교부금 개편의 근거로 보는 중요한 변화는 학령인구 감소다.

학생 수가 장기간 줄어들고 있는데 세금이 증가한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재정이 자동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반면 교육계에서는 학생 수가 감소했다고 교육비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학교와 교사를 유지하는 비용이 존재하고 돌봄과 특수교육, 디지털 교육, 노후 학교시설 개선 등 새로운 재정 수요도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시민단체들은 교부금 개편이 초·중등 교육재정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생 수 감소와 교육에 필요한 돈의 감소를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가 이번 논쟁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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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원이 생기면 정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미래대응기금이 정부의 별도 ‘쌈짓돈’처럼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하지만 정부 기금이라고 해서 행정부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아니다.

기획예산처는 미래대응기금 역시 다른 정부 기금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예산심사를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기금 신설로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확인해야 할 문제는 남는다.

어떤 사업을 ‘미래 투자’로 인정할 것인지, 기존 정부 사업과 중복되는 투자가 발생하지 않을지, 경기 상황에 따라 기금을 언제 꺼내 쓸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운영 원칙이 중요하다.

큰 기금을 만드는 것보다 그 돈을 어떤 기준으로 사용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어떻게 될까

미래대응기금의 장점을 이해하려면 반대로 반도체 불황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크게 줄어 법인세가 감소하면 정부 세입도 예상보다 부족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세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호황기에 적립한 기금을 활용해 재정을 보강하는 기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즉 미래대응기금에는 두 가지 역할이 동시에 들어간다.

경제가 좋을 때는 돈을 쌓아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하고, 세수가 부족할 때는 급격한 재정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다만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호황기에 돈을 충분히 적립하고 불황기에 꺼내 쓰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기금이 만들어진 뒤 각종 사업의 재원으로 빠르게 소진된다면 정작 세수 감소기에 활용할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100조’보다 어디에 쓰느냐다

100조원이라는 숫자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아직 최종 규모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기금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이 숫자 자체도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봐야 할 것은 세 가지다.

기금에 실제로 얼마가 들어오는지, 그 돈이 어떤 분야에 투자되는지, 그리고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발생하는 재정 변화가 교육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다.

특히 반도체 호황에서 발생한 추가 세수를 인공지능과 미래산업, 청년과 지역, 인재 육성 등에 제대로 투자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든다면 단기적인 세수 호황을 장기적인 경제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다.

반대로 투자대상이 불분명하거나 기존 정부사업과 중복된다면 거대한 기금을 만들었다는 사실만 남을 수도 있다.

반도체가 벌어준 세금을 어디에 쓰느냐는 결국 다음 경기의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그래서 미래대응기금은 단순히 ‘100조원짜리 새 기금이 생긴다’는 뉴스로 끝낼 사안은 아니다. 앞으로 정부가 공개할 구체적인 투자처와 기금 운용원칙, 교육교부금 개편 이후 실제 재정 변화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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