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랐는데 내 예금·대출금리는 왜 다를까…금리 움직이는 순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뉴스가 나오면 대출을 받은 사람은 먼저 이자를 걱정하고, 여윳돈을 가진 사람은 예금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궁금해진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다면 은행의 예금과 대출금리도 바로 0.25%포인트씩 올라갈 것 같지만 실제 금융시장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안정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기준금리 인상은 분명 예금과 대출금리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기준금리와 우리가 은행에서 만나는 금리 사이에는 시장금리와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 가산금리 등 여러 단계가 존재한다.
기준금리가 2.75%라고 해서 은행에서 2.75%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준금리 2.75%는 무슨 금리일까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을 운용하기 위해 결정하는 정책금리다. 경제가 지나치게 과열되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 금리를 올려 시중의 돈이 움직이는 속도를 낮추고, 반대로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 금리를 낮춰 소비와 투자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기준금리가 변하면 금융시장에 형성되는 여러 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채권시장 금리와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움직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예금과 대출금리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향을 준다’와 ‘똑같이 움직인다’는 전혀 다른 말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고 은행이 모든 예금과 대출상품의 금리를 같은 날 0.25%포인트씩 올리는 것은 아니다.
내 주담대 금리는 누가 결정할까
은행의 대출금리는 크게 보면 기준이 되는 금리에 여러 비용과 위험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 등을 적용해 결정된다. 어떤 대출상품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기준이 되는 지표도 달라질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에서는 COFIX(코픽스)나 금융채 금리 등이 대표적인 기준으로 활용된다. 코픽스는 국내 주요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반영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돈을 마련하는 비용이 달라지면 움직일 수 있다.
고정형 또는 주기형 주담대에서는 은행채 금리가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채권금리는 현재의 기준금리뿐 아니라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까지 미리 반영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전부터 대출금리가 먼저 움직이거나, 기준금리가 변했는데도 특정 대출상품의 금리가 생각보다 적게 움직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준금리가 올랐는데 대출금리가 내려갈 수도 있다
처음 들으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가능하다. 금융시장은 현재보다 미래를 먼저 반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기준금리가 올랐더라도 시장 참가자들이 앞으로 경기 둔화로 다시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면 장기 채권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내려갈 수 있다. 해당 채권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대출상품 역시 기준금리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생긴다.
은행의 가산금리 정책도 영향을 준다. 한국은행의 과거 분석에서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표금리뿐 아니라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뉴스에서 보는 기준금리는 대출금리를 움직이는 출발점 가운데 하나이지 최종 대출금리 그 자체가 아니다.
변동금리라면 코픽스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대출이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금리를 조정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코픽스다.
코픽스는 은행이 예·적금이나 금융채 등으로 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비용을 반영한다.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면 코픽스가 오를 수 있고, 이를 기준으로 하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코픽스가 올랐다는 날부터 기존 대출자의 금리가 즉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대출계약마다 금리를 다시 산정하는 주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3개월이나 6개월 등 자신의 금리변동 주기에 따라 실제 적용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변동금리 대출자는 기준금리 뉴스만 보는 것보다 자신의 대출 기준금리와 다음 금리변경일을 확인하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다.
3억원 대출에서 0.25%포인트 차이는 얼마일까
금리가 조금만 달라져도 수억원의 대출에서는 차이가 커진다. 3억원의 대출잔액을 기준으로 금리가 연 0.25%포인트 높아졌다고 단순 계산하면 연간 이자 차이는 약 75만원이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월평균 약 6만2500원이다. 다만 실제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균등이나 원금균등 등 상환방식에 따라 매달 원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부담액은 이러한 단순 계산과 달라진다.
5억원이라면 같은 방식의 단순 계산으로 연간 차이는 약 125만원이다. 0.25%포인트라는 숫자가 뉴스에서는 작아 보이지만 대출금액이 커지고 기간이 길어지면 가계의 현금흐름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대출을 비교할 때는 0.1%포인트 정도는 별 차이가 없겠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실제 금액으로 환산해보는 편이 좋다.
고정금리라면 기준금리 인상과 상관없을까
고정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면 계약된 고정기간 동안 기준금리가 변한다고 기존 대출금리가 즉시 따라서 바뀌지는 않는다.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이것이 고정금리의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고정금리’라는 이름만 보고 만기까지 무조건 같은 금리가 적용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일정 기간 금리를 고정한 뒤 다시 금리를 산정하는 주기형 상품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대출 약정에서 금리가 언제 다시 결정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새롭게 고정형 대출을 받는 사람의 상황은 다르다. 고정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이미 시장에서 상승했다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발표와 관계없이 신규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정인가 변동인가’뿐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언제 금리가 다시 계산되는가다.
예금금리는 왜 대출금리만큼 안 오를까
대출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도 똑같이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은행이 예금자의 돈을 받아 대출해주는 구조를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의문이다.
하지만 은행이 필요한 자금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대출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시장금리가 어느 수준인지 등에 따라 예금금리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은행이 굳이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예금을 더 많이 유치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기준금리가 올랐다고 예금금리를 같은 폭으로 올릴 이유도 줄어든다.
반대로 은행 간 자금유치 경쟁이 강해지면 기준금리가 움직이지 않아도 특정 예·적금 상품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은행 수신금리는 시장금리와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유인 등의 영향을 함께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금리가 오르면 예금자는 무조건 좋을까
금리 상승은 예금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준다. 같은 돈을 은행에 맡겨도 이전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정기예금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이미 연 2%대 금리로 1년 만기 상품에 가입했는데 새로운 예금금리가 크게 올랐다고 해서 기존 계약의 금리가 자동으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기존 예금을 바로 해지하고 갈아타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도 아니다. 중도해지 시 약정금리보다 낮은 중도해지이율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쌓인 이자를 포기하는 비용과 새 상품에서 얻을 추가 이자를 비교해야 한다.
대출은 금리가 얼마나 오르는지를 보고, 예금은 갈아탔을 때 실제로 얼마를 더 받을 수 있는지를 계산해야 한다.
기준금리는 주식에도 영향을 준다
금리는 예금과 대출에만 영향을 주는 숫자가 아니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거의 모든 자산가격을 움직이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이 돈을 빌리는 비용이 증가할 수 있고 소비자의 이자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할인율도 높아질 수 있어 성장주의 기업가치 평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모든 금리 인상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고 기업실적이 좋아 금리를 올리는 경우라면 기업의 이익 증가가 금리 상승 부담을 상쇄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린 배경에도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강화됐다는 판단이 포함돼 있다.
한국은행은 왜 지금 금리를 올렸을까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리면서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을 함께 이유로 제시했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금리를 결정할 때 경기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 소비와 투자를 지원할 수 있지만 물가와 부동산가격, 가계부채 등에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이러한 압력을 낮추는 대신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결국 기준금리 결정은 ‘경제가 좋으니 올린다’ 또는 ‘경기가 나쁘니 내린다’ 정도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여러 경제지표 사이에서 어느 위험이 더 큰지를 판단하는 과정에 가깝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연 2.75%다.
다음 금통위에서 숫자 하나만 보면 안 되는 이유
다음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금리를 올릴지, 동결할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자자나 대출자에게는 결정된 숫자 하나만큼 한국은행이 그 결정의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는지도 중요하다.
물가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 수출과 내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가계대출과 수도권 주택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등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역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성장과 물가뿐 아니라 금융안정 상황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특히 시장금리는 앞으로의 기준금리를 예상하면서 먼저 움직일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결정한 다음 금융시장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이 다음 결정을 예상하며 미리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는 의미다.
그래서 대출이나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기준금리 전망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 실제 시장금리의 움직임까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금리를 알고 싶다면 기준금리보다 먼저 볼 것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경제 전체를 움직이는 중요한 숫자다. 하지만 개인에게 더 중요한 숫자는 따로 있을 수 있다.
대출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대출이 코픽스인지 금융채인지, 고정형인지 변동형인지, 다음 금리변경일은 언제인지, 가산금리는 얼마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예금을 알아보고 있다면 기준금리보다 실제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세전금리와 우대조건, 만기조건을 비교하는 것이 먼저다.
기준금리가 2.75%라고 내 대출금리가 2.75%가 되는 것도 아니고,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다고 내 이자가 다음 날 정확하게 0.25%포인트 오르는 것도 아니다.
기준금리는 내 금리를 결정하는 숫자가 아니라 내 금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출발점에 가깝다.
그래서 금리 뉴스를 볼 때는 ‘한국은행이 몇 %로 결정했나’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 그 결정이 시장금리를 거쳐 내 예금과 대출에 언제, 얼마나 전달되는가.
이 흐름을 이해하면 기준금리 뉴스는 더 이상 어려운 거시경제 이야기가 아니다. 매달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대출이자와 내가 받을 예금이자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경제지표가 된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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