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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빚을 30년 만에 다 갚는다? 외환위기 공적자금 97조원의 정체

vik 읽는 시간 약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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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외환위기의 마지막 빚을 갚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3일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마련했던 공적자금 상환이 2027년 예산을 끝으로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2003년부터 시작된 장기 상환 계획이 약 25년 만에 끝나는 셈이다. 1997년 외환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약 30년에 걸친 정리가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우리는 흔히 1997년을 ‘IMF 외환위기’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한국은 지금까지 IMF에서 빌린 돈을 갚고 있었던 걸까?

정답은 아니다. IMF에서 직접 빌린 구제금융은 이미 2001년에 모두 갚았다. 이번에 상환이 끝나는 돈은 외환위기 이후 무너진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적자금 관련 부채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돈이다.

IMF에서 빌린 돈은 이미 2001년에 모두 갚았다

1997년 한국은 심각한 외화 부족에 빠졌다. 기업과 금융회사가 해외에서 빌린 돈을 갚아야 했지만 국가가 보유한 외환이 빠르게 줄면서 국제결제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한국은 IMF를 비롯한 국제기구에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가 IMF로부터 도입한 자금은 195억 달러였다. 하지만 이 돈은 30년 동안 갚은 것이 아니다. 정부는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되자 상환을 앞당겼고 2001년 8월 IMF 차입금을 전액 조기 상환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남아 있던 ‘외환위기의 빚’은 무엇일까. 문제는 외화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외환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위기가 터지는 과정에서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은행과 종합금융회사 등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해당 회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예금을 맡긴 사람과 돈을 빌린 기업, 다른 금융회사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금융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 구조조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공적자금이다.

외환위기 때 왜 97조원이 넘는 빚이 생겼을까

공적자금은 금융회사가 부실해져 금융시스템 전체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을 때 이를 정리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투입되는 자금이다. 당시 정부는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부실 금융회사를 지원하고 금융회사들이 가지고 있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쉽게 말해 IMF에서 빌린 돈이 당장 부족했던 ‘외화’를 확보하는 성격이었다면, 공적자금은 위기로 망가진 국내 금융시스템을 수습하기 위해 들어간 돈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2002년 공적자금 상환대책을 마련했다. 당시 상환 대상이 된 공적자금 관련 부채는 약 97조원 규모였다. 이 가운데 금융회사 지분이나 부실채권 등을 매각해 약 28조원을 회수하고, 나머지 약 69조원은 재정과 금융권이 나눠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재정이 약 49조원, 금융권이 약 20조원을 분담하는 장기 상환 계획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3년부터 공적자금상환기금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빚 갚기가 시작됐다.

여기서 중요한 경제 원리가 하나 있다.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데 투입된 돈이 모두 그대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부실 금융회사의 주식을 확보하거나 부실채권을 사들였다면 이후 해당 자산을 다시 매각해 일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즉 공적자금에서는 ‘얼마를 투입했는가’만큼이나 ‘얼마를 다시 회수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금융위기의 최종 비용은 처음 투입된 돈과 나중에 회수한 돈을 함께 봐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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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갚는 데 30년 가까이 걸렸을까

97조원이 넘는 돈을 한꺼번에 갚으면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이 생긴다. 세금과 정부 지출에 사용할 수 있는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을 빚 상환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정부는 장기간에 걸쳐 부담을 나누는 방식을 선택했다.

공적자금 상환에는 정부 재정뿐 아니라 금융권도 참여했다. 결국 외환위기 당시 발생한 금융시스템의 손실을 한 해에 처리하지 않고 오랜 기간 경제 전체가 나누어 부담한 셈이다.

이 과정은 2003년부터 2027년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 공적자금상환기금의 채무 잔액은 약 15조712억원이었다. 정부는 올해 7조1486억원을 상환하고 2027년 예산에 나머지 7조9226억원을 반영해 상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97조원을 한꺼번에 갚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러 정부에 걸쳐 수십 년 동안 진행해 온 상환 계획의 마지막 남은 부분을 현 정부에서 마무리하는 것이다.

또 하나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공적자금 관련 부채를 모두 상환한다고 해서 외환위기와 관련된 모든 자산의 회수 작업까지 동시에 끝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부 공적자금 회수 작업은 별도로 계속될 수 있다.

외환위기의 마지막 빚을 갚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번 상환의 가장 큰 의미는 한국이 당장 7조~8조원의 새로운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는 데 있지 않다. 1997년 금융위기를 수습하면서 만들어진 장기적인 재정 부담 하나가 예정된 계획에 따라 종료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경제위기는 짧은 기간에 발생하지만 그 비용은 수십 년 동안 남을 수 있다. 은행이 무너지고 기업이 부실해지면 정부는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비용은 이후 세금과 금융권 부담, 자산 매각과 같은 여러 방식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정리된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바로 그런 사례다.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IMF의 도움을 받은 것은 위기의 한 장면이었고, 그 뒤에는 부실 금융회사를 정리하고 금융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훨씬 긴 과정이 있었다.

그래서 ‘IMF 빚을 30년 만에 갚았다’는 표현만 보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IMF에서 직접 빌린 195억 달러는 2001년에 이미 상환됐고, 2027년에 끝나는 것은 외환위기 수습 과정에서 발생한 공적자금 관련 부채의 장기 상환이다.

1997년의 위기가 남긴 진짜 경제 공부

외환위기는 과거의 역사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지금의 경제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원리가 숨어 있다. 금융회사의 위기는 한 기업의 파산으로 끝나지 않고 예금과 대출, 기업 자금조달을 통해 경제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정부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도 한다. 당장 투입되는 돈만 보면 큰 부담처럼 보이지만 금융시스템 전체가 무너졌을 때 발생할 더 큰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기를 막는 데 들어간 비용은 위기가 끝났다고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1997년에 시작된 문제가 2027년에야 재정적인 마침표를 찍는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외환위기를 이해할 때 IMF라는 세 글자만 기억해서는 부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화 부족으로 시작된 위기가 금융회사 부실과 기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졌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의 부담은 다시 국가 재정과 금융권을 통해 수십 년 동안 이어졌다.

2027년 공적자금 상환이 끝난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빚 하나를 없애는 일이 아니다. 경제위기는 몇 달 만에 찾아올 수 있지만, 그 비용을 완전히 정리하는 데는 한 세대가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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