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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이 늘었는데 왜 발전소를 멈출까? 전기가 남아도 문제가 되는 이유

vik 읽는 시간 약 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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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부족하면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여름마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면 예비전력이 충분한지가 뉴스가 되고,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앞으로 전기가 모자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가을에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전기가 너무 많이 만들어져 발전량을 일부러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9월 19일부터 11월 15일까지 58일간 가을철 전력수급 안정화 대책을 운영하기로 했다. 여름보다 냉방 수요가 줄어 전력 소비는 감소하는데 낮에는 태양광 발전이 계속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태양광뿐 아니라 원전 등 일부 발전원의 출력까지 조절할 계획이다.

전기가 귀한 자원이라면 남는 전기를 그냥 보관했다가 나중에 쓰면 될 것 같은데, 현실의 전력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여기에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더 중요해지는 전력경제의 원리가 숨어 있다.

전기는 왜 많이 만들어도 문제가 될까

쌀이나 석유는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으면 창고나 저장시설에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는 기본적으로 생산되는 순간 소비되어야 하는 성격이 강하다. 대규모 저장이 가능해지고는 있지만 전체 전력망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원하는 만큼 쌓아두는 것은 아직 어렵고 비용도 든다.

그래서 전력망에서는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교류 전력은 일정한 주파수를 유지해야 하는데, 발전량과 소비량의 균형이 크게 무너지면 주파수가 흔들리고 전력계통의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기가 부족한 것뿐 아니라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는 것도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가을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쉬운 계절이다. 한여름이 지나 에어컨 사용이 줄어들고 산업·상업시설의 전력 소비도 낮아지는 시기가 생기는 반면, 맑은 낮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상당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추석처럼 공장과 사무실의 전력 사용이 크게 줄어드는 연휴에는 공급과 수요의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태양광이 늘수록 왜 발전량을 줄이는 일이 생길까

태양광 발전의 특징은 전기가 필요한 만큼 자유롭게 발전량을 조절하는 방식이 아니라 날씨와 일조량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이다. 햇빛이 좋은 낮에는 발전량이 빠르게 늘지만 저녁이 되면 감소한다. 전력 소비가 적은 날에도 햇빛이 좋다면 많은 전기가 동시에 전력망으로 들어올 수 있다.

문제는 다른 발전소도 함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이나 일부 대형 발전설비는 필요할 때마다 자동차 가속페달처럼 출력을 즉시 크게 올렸다 내리는 데 제약이 있다. 결국 특정 시간에 필요한 전력보다 생산량이 많아지면 어떤 발전원의 출력을 줄여야 한다.

이를 ‘출력제어’라고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졌다는 사실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생산된 전기를 받아줄 소비와 저장시설, 송전망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면 발전할 수 있는 전기를 일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올가을 정부도 먼저 주요 발전기의 운전을 최소화하고 석탄발전 운영을 줄이는 방식으로 공급을 조절할 계획이다. 그래도 전기가 남을 경우 태양광과 원전 등 이른바 경직성 전원의 출력제어까지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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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전기를 저장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이 에너지저장장치, 즉 ESS다. 태양광 발전이 많은 낮에 남는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태양이 지고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시간에 다시 공급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전력망에 거대한 배터리를 붙이는 셈이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가을 대책에서 태양광과 연계된 ESS의 충전시간도 조정한다. 기존보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에 충전을 집중시켜 남는 전기를 흡수하려는 것이다. 주말과 공휴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 전기차 충전용 전력요금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것도 같은 원리다. 공급이 많은 시간에 오히려 전기 사용을 늘려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하지만 ESS만 늘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배터리를 구축하려면 비용이 들고 저장할 수 있는 전력량에도 한계가 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필요한 지역까지 옮기는 송전망과 변전소 역시 충분해야 한다.

결국 재생에너지 시대의 전력 투자는 발전소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발전설비와 함께 송전망·변전소·ESS·전력 수요 관리가 동시에 움직여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된다.

AI 시대에는 전력의 ‘양’보다 조절 능력이 중요해진다

앞으로 전력 문제는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은 안정적으로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는 반면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것만큼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전기를 보내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력산업을 볼 때 단순히 “발전소를 얼마나 더 짓느냐”만 봐서는 부족하다. 전기가 남는 시간에는 저장하거나 소비를 늘리고, 부족한 시간에는 저장된 전력을 꺼내 쓰며, 지역 간 전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전력망까지 갖춰야 한다.

전기가 남아서 발전소를 멈추는 현상은 전기가 필요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전력산업의 병목이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가’에서 ‘생산한 전기를 얼마나 유연하게 저장하고 이동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앞으로 태양광이나 원전, AI 데이터센터 관련 뉴스를 볼 때 발전용량만 보지 말고 한 가지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전기를 받아줄 전력망과 저장시설이 함께 준비되고 있는지다. 발전소가 많아지는 시대일수록 전력의 가치는 생산량뿐 아니라 필요한 순간까지 연결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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