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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홍수로 수력발전이 멈췄다…기후재난이 전력과 국가경제를 흔드는 이유

vik 읽는 시간 약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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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가 히말라야 산악 지역을 휩쓸었다. 빙하 붕괴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는 이번 재난은 마을과 도로, 교량뿐 아니라 네팔 경제에 중요한 수력발전 시설과 중국으로 이어지는 국경 교역로까지 파괴했다. 네팔 정부는 복구에 최소 40억~5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네팔 경제 규모의 약 10%에 가까운 수준이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인명 피해와 무너진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경제적인 피해는 재난이 지나간 뒤에도 계속될 수 있다. 발전소가 멈추면 전기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없고, 도로와 국경이 끊기면 상품을 운반하기 어려워진다. 관광객까지 줄어들면 해외에서 벌어들이던 돈도 감소한다. 이번 네팔 홍수는 자연재해가 어떻게 한 나라의 산업과 무역, 관광을 동시에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네팔에서 수력발전이 중요한 이유

네팔은 히말라야에서 내려오는 풍부한 물과 큰 고도 차이를 이용할 수 있어 수력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힘으로 터빈을 돌리고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연료를 계속 수입해야 하는 화력발전과 달리 자국의 자연환경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팔에 수력발전은 단순히 국내에서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는 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발전량이 늘어나면서 남는 전력을 주변국에 판매할 수 있게 됐고, 특히 거대한 전력시장을 가진 인도와의 전력 거래가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성장해왔다. 앞으로 발전시설을 더 늘려 전력 수출을 확대하려는 계획도 네팔의 중요한 성장 전략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수력발전에는 역설적인 약점도 있다. 자연의 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후와 지형 변화에 영향을 받기 쉽다는 점이다. 가뭄이 심해지면 발전에 필요한 물이 부족해질 수 있고, 반대로 폭우와 홍수, 산사태가 발생하면 댐과 발전소, 송전시설 자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홍수가 발전소를 덮치면 전력 문제가 경제 문제로 바뀐다

이번 홍수는 네팔의 주요 수력발전 시설들이 자리 잡은 강 유역을 직접 통과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수력발전 시설은 네팔 전체 발전량의 12% 이상을 담당하던 규모로 파악됐다. 일부 발전소에서는 작업자들이 터널 등에 고립되면서 구조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발전소 하나가 멈추는 문제는 해당 기업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전력 생산이 감소하면 다른 발전소에서 전기를 더 공급하거나 부족한 전력을 외부에서 가져와야 한다. 전기를 수출하던 국가라면 수출할 수 있는 물량도 감소한다.

여기서 자연재해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시작된다. 발전시설 피해로 전력 생산이 줄고, 전력 판매 수입이 감소하며, 시설을 다시 짓기 위한 복구비까지 필요해진다. 동시에 도로와 송전망 같은 주변 인프라도 함께 피해를 입었다면 정상적인 생산을 재개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즉 발전소의 피해액만 계산해서는 실제 경제적 손실을 알기 어렵다. 발전하지 못한 전기의 가치와 사라진 수출, 복구에 투입되는 재정, 기업 활동 차질까지 연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자연재해 피해가 GDP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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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정부가 현재 추산하는 40억~50억 달러의 복구 비용은 경제 규모의 약 10%에 가까운 큰 부담이다. 물론 이 숫자는 초기 추정치이고 정확한 피해 규모는 추가 조사를 통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에서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왜 충격이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경제 규모가 5조 달러인 국가에서 5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것과 경제 규모가 500억 달러 안팎인 국가에서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복구에 사용할 수 있는 정부 재정과 금융시장 규모, 건설 인력과 장비, 사회기반시설의 여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재난 복구에 정부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되면 원래 도로·교육·의료·산업 육성 등에 사용할 예정이었던 돈의 우선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해외에서 자금을 빌린다면 국가 부채 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해외 지원과 국제금융기관의 자금이 중요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자연재해의 경제적 충격을 볼 때는 피해액만큼이나 ‘그 나라가 얼마나 큰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함께 봐야 한다. 같은 10억 달러의 피해라도 어느 국가에서 발생했느냐에 따라 경제가 감당해야 하는 무게는 크게 달라진다.

국경의 다리 하나가 사라지면 무역도 멈춘다

이번 홍수가 네팔 경제에 주는 또 다른 충격은 중국과 연결되는 교역로다. 피해가 집중된 라수와 지역의 라수와가디는 네팔과 중국을 연결하는 중요한 육상 교역 관문이다. 이번 재난으로 국경시설과 교량, 도로가 큰 피해를 입으면서 물류 이동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산악국가인 네팔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육상 교역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특정 도로나 교량이 끊어졌을 때 우회가 쉽지 않다. 실제로 홍수 이전에도 산사태 등으로 중국행 교역로가 반복적으로 막히면서 운송비가 크게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다. 일부 우회 노선에서는 카트만두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비용이 약 9만 네팔루피에서 30만 네팔루피 수준으로 세 배 이상 증가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홍수로 중국에서 들여오던 의류와 전자제품, 식품 등을 실은 컨테이너가 유실되거나 발이 묶이는 피해도 발생했다. 결국 다리 하나가 무너지면 단순히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입업체의 재고 부족과 운송비 상승, 배송 지연, 세관 수입 감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경제에서 말하는 공급망의 약점이다. 효율적인 물류망은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특정 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그 길이 끊어졌을 때 경제적 피해가 빠르게 커질 수 있다.

관광객이 오지 않는 것도 재난의 경제적 피해다

네팔에는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히말라야 트레킹 지역 등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있다. 관광은 숙박업과 음식점뿐 아니라 현지 가이드, 운송업, 항공업, 상점 등 다양한 일자리와 연결된다. 외국인 관광객이 현지에서 돈을 쓰면 네팔 입장에서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과 비슷한 역할도 한다.

문제는 자연재해가 관광지역 일부에서 발생해도 국가 전체에 대한 여행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팔의 8월 외국인 관광객은 8만5,444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감소했고, 현지에서는 홍수가 관광객 유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카트만두와 포카라, 에베레스트·안나푸르나 등 주요 관광지역 상당수는 이번 핵심 피해지역과 떨어져 있어 네팔 전체가 여행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실제 피해 범위보다 국가 전체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지면 피해를 입지 않은 호텔과 음식점, 여행업체까지 매출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의 경제적 피해에는 무너진 시설뿐 아니라 사람들이 소비와 여행을 미루면서 발생하는 간접 손실도 포함된다.

네팔에서 끝나지 않는 이유

이번 재난은 네팔 한 나라만의 문제로 끝나지도 않는다. 홍수의 시작점은 중국 티베트와 연결된 히말라야 산악지대였고 국경을 가로지르는 하천을 따라 피해가 확산됐다. 중국 측에서도 인명과 시설 피해가 발생했으며 네팔과 중국을 연결하던 국경 관문도 파괴됐다.

전력에서도 주변국과 연결된다. 국가 간 전력망이 연결된 지역에서는 한 나라의 발전량이 부족해지면 전력 수입이 늘거나 기존 수출이 감소하면서 주변국의 전력 거래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무역에서는 네팔 수입업체뿐 아니라 네팔로 상품을 판매하던 중국 기업과 물류업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더 넓게 보면 히말라야 지역의 위험 자체가 중요한 경제 문제가 된다. 산악지역의 빙하와 하천은 국경선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 한 지역의 빙하 붕괴나 홍수가 여러 국가의 발전시설과 도로, 관광산업을 동시에 흔들 수 있기 때문에 기후 위험은 점점 국가 간 경제 문제의 성격도 갖게 된다.

기후재난을 볼 때 피해액만 보면 안 된다

이번 네팔 홍수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제 원리는 자연재해의 피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홍수가 발전소를 파괴하면 전력 생산이 줄고, 도로와 다리를 끊으면 무역이 막힌다. 관광객이 줄면 외화 수입이 감소하고, 정부는 복구를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다른 나라에서 대규모 홍수나 가뭄, 산불 같은 재난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볼 때 사망자 수와 피해액만 확인할 필요는 없다. 그 나라가 어떤 산업으로 돈을 버는지, 에너지와 식량을 어디에서 조달하는지, 주요 항만·도로·발전시설이 피해지역에 있는지를 함께 보면 경제적 파급효과를 훨씬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네팔의 경우 그 연결고리가 특히 선명하다. 히말라야의 물은 수력발전을 가능하게 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주변국과 연결된 경제활동의 기반이 된다. 하지만 같은 자연환경이 거대한 재난으로 바뀌면 전력과 무역, 관광, 국가재정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자연재해는 자연에서 시작되지만 경제적 피해는 산업과 국경을 따라 이동한다. 이번 네팔 홍수는 기후재난을 환경 뉴스로만 볼 수 없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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