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전경제 비전경제

매출은 늘었는데 왜 주가는 떨어질까?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보다 중요한 숫자

vik 읽는 시간 약 8분
image 236

기업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뉴스를 발표했습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장이 열리자 주가는 오르기는커녕 5%, 10%씩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주식을 접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회사가 돈을 더 많이 벌었는데 주가는 왜 떨어지는 걸까요? 반대로 적자가 났거나 이익이 줄었는데도 주가가 오르는 기업도 있습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주식시장이 기업의 성적표를 평가하는 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시장은 단순히 “얼마를 벌었는가”만 보는 곳이 아닙니다. 이미 예상했던 실적과 실제 실적의 차이,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벌 수 있을지를 함께 평가합니다.

좋은 실적과 좋은 주가는 같은 말이 아니다

가상의 반도체 회사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6,000억 원이었는데 올해 8,000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이익이 2,000억 원 늘었으니 상당히 좋은 실적입니다.

그런데 증권사와 투자자들이 이미 1조 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회사는 지난해보다 돈을 더 벌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2,000억 원 적게 벌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기대와 실제 결과의 차이’가 중요합니다.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컨센서스입니다. 컨센서스는 여러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예상한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을 모아 만든 시장의 평균적인 전망치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시험으로 비유하면 이해하기 더 쉽습니다. 평소 60점을 받던 학생이 이번 시험에서 80점을 받았다면 성적은 크게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이번에는 100점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면 결과를 받아든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도 비슷합니다. 지난해보다 얼마나 좋아졌는지와 시장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이미 기대했던 좋은 소식은 주가에 들어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주가는 실적 발표가 나오는 날부터 기업의 미래를 평가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자들은 몇 달 전부터 반도체 가격, 제품 판매량, 수출 실적, 업황 등을 살펴보며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지 예상합니다. 전망이 좋아지면 실적이 실제로 발표되기 전부터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늘면서 주가가 먼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신제품 덕분에 큰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주가가 7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올랐다고 해보겠습니다. 이후 실제 실적이 좋게 발표됐다고 해서 반드시 주가가 또 크게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이 기대했던 좋은 미래가 이미 10만 원이라는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식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 ‘선반영’입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좋은 소식이나 나쁜 소식이 투자자들의 매매를 통해 현재 주가에 미리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좋은 뉴스냐 나쁜 뉴스냐만이 아닙니다. 그 뉴스가 시장의 예상보다 좋은지 나쁜지가 중요합니다.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왔는데도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실적이 시장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 흔히 ‘어닝 서프라이즈’, 예상보다 크게 나쁘면 ‘어닝 쇼크’라고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오면 주가는 무조건 올라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번 분기의 성적표와 동시에 다음 분기와 내년의 성적표까지 보기 때문입니다.

가령 한 회사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발표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좋은 뉴스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이어진 설명에서 “다음 분기부터 주요 제품의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 상황도 가능합니다. 이번 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나빴지만 회사가 비용 구조를 크게 개선했고 앞으로 주문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면 투자자들은 현재보다 미래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기업이 앞으로 예상하는 매출이나 이익, 사업 환경 등을 시장에 제시하는 것을 흔히 가이던스라고 합니다. 모든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가이던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 제시하는 미래 전망은 투자자들이 다음 실적을 예상하는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image 237

그래서 실적 발표 날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숫자만 보고 주가 움직임을 판단하면 이해되지 않는 일이 생깁니다. 숫자 뒤에 숨어 있는 시장의 기대와 미래 전망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매출이 늘었는데 이익이 줄었다면 무엇을 봐야 할까

실적을 볼 때 또 하나 알아두면 좋은 것이 매출과 이익의 차이입니다.

매출은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 벌어들인 전체 금액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만드는 데 들어간 원재료비와 인건비, 공장을 운영하는 비용, 마케팅비 등 여러 비용을 빼면 실제 사업에서 남는 돈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제품을 100억 원어치 팔아 10억 원을 남기던 회사가 다음 해 120억 원어치를 팔았다고 해보겠습니다. 매출은 20%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올라 남은 돈이 5억 원으로 줄었다면 기업의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진 셈입니다.

그래서 ‘사상 최대 매출’이라는 문구만 보고 좋은 실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얼마나 많이 팔았는지와 함께 팔아서 얼마나 남겼는지를 봐야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투자자는 그 변화가 일시적인지도 살펴봅니다. 특정 제품 가격이 잠시 올라 이익이 늘어난 것인지, 새로운 사업이 성장하면서 장기간 이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같은 숫자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음 실적 뉴스에서는 숫자 세 개를 비교해보자

기업 실적을 처음부터 복잡한 재무제표로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적 뉴스를 볼 때 우선 세 가지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이전과는 다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과 이익이 얼마나 변했는지입니다. 기업이 실제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입니다.

둘째는 시장이 예상했던 실적과 실제 실적의 차이입니다. 좋은 성적을 냈는지가 아니라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셋째는 앞으로의 전망입니다. 이번 분기에 돈을 많이 벌었더라도 앞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좋은 실적을 그대로 미래까지 이어서 볼 수 없습니다.

이 세 가지를 알고 나면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왜 떨어졌지?”라는 뉴스도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가는 기업이 오늘까지 벌어놓은 돈만 평가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수많은 투자자가 그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예상하고 서로 다른 가격에 사고파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음에 기업 실적 발표를 보게 된다면 “얼마를 벌었을까?”에서 질문을 끝내지 않아도 됩니다.

시장은 얼마를 기대했고, 실제로 얼마를 벌었으며, 앞으로는 얼마나 벌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까?

이 세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기업 실적 뉴스를 보는 눈은 이미 한 단계 달라진 것입니다.

vik

vik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