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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해고가 적은데 왜 채용도 줄었을까? ‘로우 하이어·로우 파이어’ 경제의 이유

vik 읽는 시간 약 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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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시장을 설명하는 두 숫자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기업의 신규 채용은 이전보다 약해졌는데, 해고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습은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기업이 사람을 덜 필요로 한다면 해고도 늘어날 것 같지만 실제 노동시장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업은 새로운 직원을 뽑는 결정과 이미 일하고 있는 직원을 내보내는 결정을 전혀 다르게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모습을 ‘로우 하이어·로우 파이어(Low Hire, Low Fire)’라고 표현합니다. 채용도 낮고 해고도 낮은 노동시장이라는 뜻입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면 미국 실업률이 낮은데도 왜 구직자는 취업이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지, 기업이 경기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 고용지표가 소비와 물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판단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기업이 불안할 때 가장 먼저 멈추는 것은 채용일 수 있다

기업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생산과 판매를 늘리기 위해 사람을 더 뽑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주문과 매출이 얼마나 늘어날지 확신하기 어렵다면 신규 채용부터 신중해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직원 한 명을 채용하는 데는 월급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찾고 면접하고 교육하는 과정에 비용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복리후생과 업무 공간, 장비 같은 추가 비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번 채용한 직원을 단기간에 다시 내보내는 것도 부담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한 인력이 명확하지 않다면 당장 사람을 뽑기보다 기존 인력으로 버티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채용하지 않는다’와 ‘해고한다’가 같은 행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채용 감소는 기업이 미래의 추가 비용을 조심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반면 해고 증가는 이미 보유한 인력까지 줄여야 할 정도로 기업의 상황이 달라졌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규 채용이 먼저 약해지고 해고는 한동안 낮게 유지되는 노동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뽑은 직원은 왜 쉽게 내보내지 않을까

기업이 기존 직원을 유지하려는 데에도 경제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은 회사의 업무 방식과 제품, 고객을 알고 있습니다. 제조업이라면 생산설비를 다루는 숙련도가 쌓여 있고, 서비스업이라면 고객 대응이나 내부 업무에 필요한 경험이 축적돼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직원을 내보냈다가 몇 달 뒤 주문이 다시 늘어나면 기업은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채용이 끝난 뒤에도 새 직원이 기존 직원만큼 생산성을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경기 둔화기에 필요한 수준보다 다소 많은 인력을 유지하려는 행동을 경제학에서는 ‘노동 비축(Labor Hoard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창고에 상품을 쌓아둔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기가 다시 좋아졌을 때 필요한 숙련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가능성을 생각해 기존 인력을 유지하는 행동에 가깝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미국 기업들은 노동력이 부족해 필요한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기를 경험했습니다. 이런 경험 역시 기업이 숙련된 직원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당장 직원을 대규모로 줄여야 할 정도는 아니라면 기업에는 한 가지 선택지가 생깁니다.

새로운 사람은 적게 뽑되 기존 직원은 유지하는 것입니다.

실업률이 낮아도 취업하기 어려운 이유

이 구조를 이해하면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실업률이 비교적 낮은데도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업률은 일할 의사가 있고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기존 직장인들이 대규모로 해고되지 않는다면 신규 채용이 줄어들어도 실업률이 즉시 크게 상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이나 이직을 원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조금 다릅니다. 이들에게는 현재 몇 명이 해고됐는지만큼 기업이 새로운 채용공고를 얼마나 내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100명이 다니는 회사가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회사가 기존 직원 100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올해 계획했던 신규 채용 10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기존 직원 가운데 실업자가 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에 입사하려던 구직자에게는 10개의 기회가 사라진 셈입니다.

이것이 로우 하이어·로우 파이어 노동시장의 특징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같은 노동시장을 보고 있어도 이미 직장이 있는 사람과 새롭게 들어가려는 사람이 느끼는 온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채용이 줄면 경제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채용 감소가 곧바로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거나 기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필요한 채용 규모가 달라질 수도 있고, 특정 산업의 구조 변화가 전체 고용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낮은 채용이 오랫동안 지속될 때입니다.

새로운 일자리가 줄어들면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회사를 옮기려는 직장인의 선택지도 좁아질 수 있습니다. 이직이 활발한 노동시장에서는 기업들이 필요한 사람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이나 좋은 근무조건을 제시하며 경쟁할 수 있지만, 채용 자체가 줄어들면 이런 경쟁도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이동이 줄어드는 것은 소비와도 연결됩니다. 새로운 직장을 얻거나 더 높은 임금을 받게 된 가계는 소비를 늘릴 여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임금 상승세가 둔화하면 소비 증가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소비는 미국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고용과 임금의 변화는 가계의 소비를 거쳐 전체 경기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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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뉴스에서 실업률 하나만 보면 부족하다

그래서 미국 고용뉴스를 읽을 때 실업률 하나만 확인해서는 노동시장의 전체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비농업 고용을 보면 기업과 정부 부문에서 일자리가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구인 건수를 보면 기업들이 앞으로 사람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가늠할 수 있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를 보면 해고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발적 퇴직도 의미가 있습니다. 더 좋은 직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재 회사를 떠나는 데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직 기회가 줄어든다고 느끼면 기존 직장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 지표들을 함께 보면 ‘실업률은 낮다’는 한 문장으로는 보이지 않던 노동시장의 움직임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미국 중앙은행의 판단과도 연결됩니다. 고용이 지나치게 빠르게 식으면 경기와 소비를 지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는 반면, 임금과 고용이 강하고 물가 압력이 계속된다면 금리를 빠르게 낮추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로우 하이어·로우 파이어라는 표현 자체가 아닙니다. 현재의 낮은 채용이 다시 회복되는지, 아니면 기업들이 기존 직원까지 줄이기 시작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비슷하게 보였던 두 문장이 사실은 전혀 다른 경제 신호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이 사람을 뽑지 않는다.’

‘기업이 사람을 해고한다.’

첫 번째는 기업이 미래에 대해 신중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까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노동시장의 상황이 한 단계 더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될 때 실업률 숫자만 확인하지 말고 한 가지 질문을 더해보면 좋습니다.

지금 미국 기업들은 기존 직원을 줄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직원을 뽑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것일까?

이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면 미국의 고용뉴스뿐 아니라 소비와 경기, 금리의 다음 흐름을 이해하는 데도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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