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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깨서 주식으로 갔나…70조원 움직인 돈의 행방

vik 읽는 시간 약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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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넣어둔 예금과 적금을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깨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개인 고객이 중도해지한 예·적금 규모가 70조원을 넘어섰다.

단순히 생활비가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더 높은 수익을 찾아 투자시장으로 돈이 움직인 것일까. 최근 증시 변동성과 금리 변화까지 겹치면서 가계 자금이 움직이는 방향도 이전보다 복잡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예·적금을 중도해지하면 당장 현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처음 기대했던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70조원이 움직였다는 숫자보다 사람들이 왜 만기를 포기하면서까지 돈을 꺼내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년 만에 예·적금 70조원 깼다

전국은행연합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 고객의 예·적금 중도해지액은 총 70조49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중도해지액 107조2342억원의 65.7%에 해당하는 돈이 불과 6개월 만에 빠져나왔다.

월평균으로 비교하면 증가세가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개인 고객의 월평균 중도해지액은 8조9362억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1조7489억원으로 31.5% 증가했다.

특히 예금에서 빠져나간 돈이 많았다. 상반기 예금 중도해지액은 61조2670억원으로 전체 예·적금 중도해지액의 약 87%를 차지했다.

반년 만에 70조원이 넘는 돈이 만기를 기다리지 않고 움직였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돈이 전부 주식으로 간 것은 아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예·적금 중도해지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70조원이 그대로 주식시장에 들어갔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가계가 예·적금을 해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생활비가 필요할 수도 있고 대출을 상환하거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목돈이 필요할 수도 있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해 주식이나 ETF 등 투자자산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자금시장에서는 은행과 증시 사이에서 돈이 빠르게 오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증시 투자자예탁금이 한 달 사이 30조원 넘게 감소한 반면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약 16조원 증가하는 등 오히려 증시에서 은행으로 자금이 돌아오는 흐름도 나타났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예금 탈출 → 주식 투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금리와 증시 상황에 따라 가계 자금이 짧은 기간에도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에 가깝다.

왜 만기까지 기다리지 못했을까

예·적금을 중도해지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당장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월급만으로 생활비와 대출 원리금, 주거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가계가 가장 먼저 사용할 수 있는 자산 가운데 하나가 은행에 넣어둔 돈이다.

특히 적금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해야 한다. 소득이 줄거나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발생하면 앞으로 납입할 돈뿐 아니라 이미 쌓아둔 목돈까지 필요해질 수 있다.

올해 적금 중도해지에서는 해지 건수보다 한 번에 찾는 금액이 커지는 특징도 나타났다. 상반기 적금 중도해지 건수는 약 490만건으로 지난해 연간 약 981만건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건당 해지 금액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저축을 그만두는 것을 넘어 가계가 한 번에 필요로 하는 현금 규모가 커지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증시가 좋아 보이면 예금이 답답해진다

반대편에는 투자 수요가 있다. 은행에 돈을 넣으면 원금 안정성이 높고 약정한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주식시장이 강하게 상승하는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아 보일 수 있다.

주변에서 주식이나 ETF로 높은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면 이런 차이는 더 크게 느껴진다. 만기까지 몇 달을 기다려 이자를 받는 것보다 지금 돈을 빼서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이른바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가 자금 이동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투자자가 경제적 계산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수익을 보면서 심리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7월에는 증시 대기자금이 감소하고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증가했고, 최근 은행권에서는 높은 우대금리를 앞세운 적금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돈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예금 깨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있다

중도해지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이자다. 정기예금은 일정 기간 돈을 맡기는 조건으로 은행이 약정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만기를 채우지 않으면 처음 계약한 금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은행과 상품, 가입 시점에 따라 중도해지 이율은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의 일부 정기예금 중도해지 기준에서는 보유기간에 따라 기본이율의 일정 비율에 실제 보유일수와 계약일수를 반영해 중도해지 이율을 계산한다.

따라서 가입할 때 연 4%라는 금리를 확인했다고 해서 1년 만기 상품을 6개월 만에 해지하면 단순히 2%에 해당하는 이자를 받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실제 수령액은 해당 상품의 중도해지 규정에 따라 달라진다.

예금을 깨기 전에 앱이나 은행 창구에서 오늘 해지할 경우 실제 세후 이자가 얼마인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1000만원 예금, 몇 달 먼저 깨면?

가상의 사례를 들어보자. 1000만원을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었는데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 만기 몇 달 전에 해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때 단순히 지금까지 돈을 맡겨둔 기간만큼 약정금리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제 결과와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중도해지 이율이 적용되면서 예상했던 이자보다 수령액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느냐다. 당장 반드시 필요한 돈이 아니라면 얼마 남지 않은 만기를 포기하면서 줄어드는 이자와 지금 돈을 꺼내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비교해야 한다.

특히 주식 투자를 위해 예금을 깨는 경우라면 포기하는 이자는 사실상 투자 시작과 동시에 발생하는 비용으로 볼 수 있다.

주식으로 옮기려면 몇 % 벌어야 할까

예금 중도해지 후 주식을 매수한다고 생각해보자. 투자자는 단순히 주식에서 수익이 나느냐만 볼 것이 아니라 예금을 유지했을 때 받을 수 있었던 이자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금을 유지했다면 세후 일정 금액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를 포기하고 주식으로 이동했다면 새로운 투자에서는 최소한 그 기회비용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와야 경제적으로 의미가 생긴다. 거래비용과 세금 등도 상품에 따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예금의 약정이자는 조건을 충족하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주식 수익률은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10%가 오를 수도 있지만 반대로 10% 이상 하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예금금리 3%와 주식 기대수익률 7%를 단순 비교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두 자산이 부담하는 위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금담보대출이 나을 때도 있다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반드시 예금을 해지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만기까지 남은 기간과 필요한 금액에 따라 예금담보대출 같은 방법을 비교해볼 수 있다.

예금담보대출은 자신이 보유한 예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대출이자를 부담해야 하지만 예금을 해지하면서 잃게 되는 이자보다 비용이 적다면 중도해지보다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모든 경우에 대출이 낫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출금리와 사용기간, 중도해지 시 받는 이자, 만기까지 남은 기간을 각각 계산해야 한다.

은행권에서도 목돈이 필요할 때 예·적금을 곧바로 해지하기보다 다른 자금조달 방법과 비용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적금은 ‘앞으로 낼 돈’도 생각해야 한다

정기적금은 예금과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미 목돈을 한 번에 넣어둔 예금과 달리 적금은 매달 돈을 추가로 납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 50만원씩 납입하는 적금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무조건 기존 적금을 전부 해지하기 전에 앞으로의 현금흐름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른 지출을 줄여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 상품에 납입 유예나 관련 조건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앞으로 몇 달 동안 납입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현금흐름이 나빠졌다면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적금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금융상품은 결국 내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이지 상품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금리 오르면 계산은 또 달라진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높은 우대금리를 내세운 적금 상품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움직이면서 은행들이 수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래전에 가입한 상품과 현재 판매되는 상품의 금리를 비교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새 상품의 최고금리만 보고 기존 상품을 바로 해지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광고에 표시되는 최고금리를 받으려면 급여이체나 카드 이용, 신규 고객 등 여러 우대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상품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 예금에서 포기하는 이자까지 합치면 갈아타기의 실제 이익이 생각보다 작을 수도 있다.

금리가 높다는 것과 내가 실제로 그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70조원은 가계의 ‘현금 이동’ 신호다

올해 상반기 개인 고객이 중도해지한 예·적금은 70조4938억원에 달했다. 월평균 중도해지 규모도 지난해보다 31.5% 증가했다.

이 숫자를 단순히 투자 열풍의 결과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생활비와 대출 상환을 위해 돈이 필요한 가구도 있고 주식 등 다른 자산으로 옮기는 투자자도 있을 수 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는 돈도 존재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가계가 장기간 묶어두던 돈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리와 주가가 빠르게 변하면서 현금을 어디에 두느냐에 대한 판단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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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깨기 전 ‘수익률’보다 먼저 볼 것

예·적금 중도해지를 고민한다면 가장 먼저 돈을 꺼내는 목적부터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생활비나 대출 상환처럼 반드시 필요한 지출과 더 높은 수익을 노리는 투자는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다음 현재 해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원금과 세후 이자, 만기까지 유지했을 때 받을 금액을 비교해야 한다. 투자 목적으로 이동한다면 새 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특히 몇 달 뒤 다시 필요한 전세보증금이나 학자금, 세금처럼 사용 시점이 정해진 돈이라면 변동성이 큰 자산에 옮기는 데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하락했다고 필요한 지출 시기를 마음대로 미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돈을 어디에 두느냐보다 언제 다시 써야 하는 돈인지가 먼저다.

예금에서 나온 70조원, 결국 어디로 향할까

올해 예·적금 중도해지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가계 자금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중도해지된 70조원이 모두 증시로 이동했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고 최근에는 증시에서 다시 예금으로 자금이 움직이는 모습도 확인된다.

앞으로도 금리와 주식시장의 방향에 따라 돈은 은행과 증권시장 사이를 오갈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 투자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수 있고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다시 강해질 수 있다.

개인에게 더 중요한 문제는 시장의 돈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주식으로 간다고 예금을 깨거나 높은 금리가 등장했다고 다시 자금을 옮기는 일을 반복하면 그 과정에서 이자와 거래비용을 잃을 수 있다.

예금을 깰지 말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어디가 더 오를까’가 아니라 내가 이 돈을 언제 사용할 것이고 어느 정도의 손실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

70조원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시장의 관심사다. 하지만 내 예금을 어디에 둘지는 결국 내 돈의 사용 시점과 목적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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