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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올랐는데 통장엔 왜 그대로일까…연봉 인상의 ‘착시’

vik 읽는 시간 약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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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협상을 마치고 연봉이 300만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단순히 12개월로 나누기 쉽다. 계산상으로는 매달 25만원을 더 받게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급여명세서를 확인하면 기대했던 금액보다 월급 증가폭이 작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연봉과 실제 통장에 들어오는 돈 사이에는 소득세와 지방소득세,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여러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봉이 올랐다고 소비 수준까지 함께 높이면 소득 증가를 체감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회사가 알려준 연봉 숫자가 아니라 1년 동안 실제로 내 통장에 얼마가 더 들어오는가다.

연봉 300만원 오르면 월급 25만원 늘어난다?

연봉이 4000만원에서 4300만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단순 계산하면 연간 300만원, 한 달 기준으로 25만원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25만원이 그대로 통장에 추가되는 것은 아니다. 급여에서는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이 공제되기 때문에 실제 수령액의 증가폭은 명목 연봉 증가액보다 작아질 수 있다.

개인마다 부양가족과 비과세 항목, 보험료 산정기준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을 하나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같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라도 실제 월급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연봉협상 결과를 볼 때는 세전 연봉과 세후 월급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급여명세서에서 빠져나가는 돈

직장인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지급 항목과 공제 항목이 나뉘어 있다.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합친 금액이 그대로 입금되는 것이 아니라 공제 항목을 제외한 금액이 실제 급여로 들어온다.

대표적으로 근로소득에 대한 소득세와 지방소득세가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도 급여에서 공제될 수 있다.

직장에서는 이런 금액을 먼저 제외한 뒤 나머지를 근로자의 계좌로 지급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전 월급’과 ‘실수령액’의 차이가 여기에서 만들어진다.

연봉이 올랐는데 통장에 찍히는 금액이 생각보다 적다고 느껴지는 첫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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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올랐다고 오른 금액 전부에 높은 세율이 붙을까

연봉이 올라 세율 구간이 바뀌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소득세의 누진구조를 잘못 이해하면 이런 생각을 하기 쉽다.

누진세에서는 소득 전체에 하나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세표준의 일정 구간을 넘어선 부분에 해당 구간의 세율이 적용되는 구조를 사용한다. 따라서 연봉이 조금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소득 전체에 갑자기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물론 소득이 증가하면 전체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세금이 증가한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연봉을 덜 받았을 때보다 세후소득까지 줄어드는 구조라고 볼 수는 없다.

직장인이 확인해야 할 것은 세율 숫자 하나가 아니라 실제 과세표준과 공제 항목이다.

같은 연봉 5000만원인데 월급은 다를 수 있다

두 사람이 모두 연봉 5000만원을 받는다고 해도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 회사의 급여구조부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회사는 식대 등 일부 항목이 별도로 구성돼 있을 수 있고 다른 회사는 성과급이 연봉에 포함될 수 있다. 부양가족 등 개인의 조건에 따라서도 원천징수되는 세액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돼 있는지, 별도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성과급과 각종 수당을 어떤 방식으로 연봉에 포함하는지도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직할 때는 ‘연봉 얼마’라는 숫자 하나만 비교해서는 정확한 보상 수준을 알기 어렵다.

기본급이 중요한 이유

연봉협상에서는 전체 연봉뿐 아니라 기본급이 얼마나 오르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회사의 임금체계에 따라 각종 수당이나 성과급이 기본급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봉은 크게 올랐지만 증가분 대부분이 일회성 성과급이라면 다음 해에도 같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반대로 기본급 자체가 인상됐다면 이후 임금협상에서도 새로운 기본급을 기준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회사마다 임금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기본급이 항상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핵심은 연봉 총액이 어떤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연봉계약서를 받을 때 총액만 보고 서명하기보다 구성 항목을 한 번 더 볼 필요가 있다.

연봉 10% 인상보다 중요한 ‘물가’

월급이 지난해보다 5% 올랐다면 분명 소득은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생활비도 크게 상승했다면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변화는 숫자보다 작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월급이 300만원에서 315만원으로 5% 올랐다고 생각해보자. 이전보다 매달 15만원을 더 받게 된다.

그런데 식비와 주거비, 교통비 등 매달 사용하는 생활비가 20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증가했다면 추가 소득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늘어난 지출을 감당하는 데 사용된다.

이것이 명목임금과 실질임금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월급 15만원 올랐는데 저축은 그대로

소득이 증가했다고 반드시 저축액까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월급이 오르면 그동안 미뤘던 소비를 시작하거나 생활 수준을 조금 높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 마시던 커피를 더 비싼 제품으로 바꾸고 점심 메뉴의 가격대가 조금 올라갈 수 있다. 자동차를 바꾸거나 더 비싼 집으로 이사한다면 고정비 자체가 크게 증가하기도 한다.

이처럼 소득이 증가하면서 지출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현상을 흔히 생활수준 상승 또는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작은 소비가 반복되면 연봉 인상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체감하기 어려워진다.

월급이 오르는 순간 저축액을 먼저 올려놓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다.

20만원 인상, 5년이면 차이가 커진다

한 달에 20만원은 큰돈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연간으로 바꾸면 240만원이고 5년이면 단순 합계 1200만원이다.

연봉협상에서 월 몇만원의 차이를 가볍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후 연봉 인상이 기존 급여를 기준으로 이뤄진다면 초기의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질 수도 있다.

반대로 월급이 오른 만큼 매달 소비를 20만원 늘리면 5년 동안 추가로 지출하는 금액 역시 1200만원이 된다. 소득 증가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몇 년 뒤 자산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연봉 인상의 효과는 첫 달 월급보다 시간이 지난 뒤 더 크게 나타난다.

이직할 때는 연봉보다 ‘총보상’을 봐야 한다

현재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 연봉 5500만원을 제안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숫자만 보면 500만원 인상이기 때문에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회사에서는 성과급이 줄어들거나 식대와 교통비 지원이 없을 수도 있다. 회사가 집에서 멀어져 매달 교통비가 늘어나고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연봉 인상폭은 작아도 높은 성과급이나 복지포인트, 주거지원 등 추가적인 보상이 있는 회사도 있다. 근무시간이 줄어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이것 역시 단순 연봉 숫자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가치다.

따라서 이직에서는 기본급 + 성과급 + 복지 + 개인이 추가로 부담하게 될 비용까지 함께 비교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보너스 1000만원도 전부 통장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성과급이나 보너스를 받을 때도 비슷한 착시가 발생한다. 회사에서 10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발표하면 직원 입장에서는 1000만원이 그대로 들어올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성과급 역시 근로소득에 포함돼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지급 시점에 통장으로 받는 금액은 발표된 세전 금액과 차이가 날 수 있다.

큰 성과급을 받은 해에는 연간 소득 자체가 증가한다. 이후 연말정산 과정에서 한 해 동안 실제 소득과 각종 공제 등을 기준으로 최종 세액을 다시 계산하게 된다.

그래서 보너스를 소비 계획에 넣을 때는 세전 금액 전체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연말정산은 ‘보너스 받는 날’이 아니다

직장인들이 흔히 연말정산을 13월의 월급이라고 부른다. 환급금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정산의 본질은 회사가 매달 급여에서 미리 납부한 세금과 실제로 내야 할 세금을 다시 비교하는 과정이다. 미리 낸 세금이 많았다면 돌려받고 부족했다면 추가로 납부할 수 있다.

따라서 환급을 많이 받았다고 반드시 세금을 특별히 적게 낸 것은 아니다. 반대로 추가 납부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다.

이미 낸 세금과 실제 세금의 차이를 정산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연봉협상 후 가장 먼저 할 일

연봉이 올랐다면 새로운 급여가 처음 입금된 달의 급여명세서를 이전 달과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세전 지급액이 얼마나 증가했고 공제금액은 어떻게 달라졌으며 실제 수령액이 얼마 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다음 월급 증가분의 사용처를 미리 정해두는 방법도 있다. 실수령액이 20만원 증가했다면 10만원은 저축이나 투자에 추가하고 나머지를 생활비로 사용하는 식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생활비 계좌에 그대로 두면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기 쉽다. 몇 달 뒤에는 월급이 올랐다는 사실조차 체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연봉 인상은 돈을 더 받는 순간보다 늘어난 돈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서 실제 차이가 만들어진다.

결국 봐야 할 숫자는 ‘실수령액’

직장인에게 연봉은 자신의 노동 가치를 보여주는 중요한 숫자다. 이직과 대출, 자산관리에서도 연봉은 여러 판단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실제 생활을 움직이는 돈은 세전 연봉이 아니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실수령액이 식비와 주거비를 내고 저축과 투자를 할 수 있는 돈이다.

여기에 물가까지 고려하면 이야기는 한 단계 더 달라진다. 월급이 올라도 생활비가 더 빠르게 증가한다면 실제 구매력은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다음 연봉협상에서 “연봉이 몇 % 올랐지?”만 확인하고 끝내지 않는 것이 좋다. 급여명세서를 열어 지난해와 실제 수령액을 비교하고 늘어난 돈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연봉 300만원 인상이라는 숫자는 기분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직장인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것은 계약서에 적힌 300만원이 아니라 한 달이 끝난 뒤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이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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