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28만개 줄었는데…94%가 AI 고노출 업종

인공지능(AI) 확산이 국내 고용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청년층 일자리가 28만5천개 감소한 가운데 감소분의 대부분이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은행은 이를 단순히 AI가 청년 일자리를 직접 대체한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와 신입 채용 감소,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의 축소 등 기존 노동시장 변화가 AI 확산과 맞물리면서 청년층의 취업 진입을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청년 일자리 28만5천개 감소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은 18일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약 4년 동안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천개 감소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감소한 일자리의 상당수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전체 감소분 가운데 26만8천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 비율로 계산하면 약 94%에 해당한다.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산업에서 청년 고용이 상대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AI가 청년 일자리를 직접 없앴다고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보서비스업 청년고용 크게 감소
업종별로 보면 AI와 가까운 산업에서 청년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정보서비스업의 청년고용은 같은 기간 31.4% 감소했다.
출판업은 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업은 16.6%, 전문서비스업은 11.6% 줄었다.
이들 업종은 디지털 기술과 정보 처리 능력을 많이 활용하는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다. 생성형 AI와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기업의 업무 방식도 변하고 있는 분야다.
특히 과거에는 신입사원이 업무를 배우면서 경력을 쌓는 역할을 맡았다면 최근에는 기업들이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AI 기술 자체뿐 아니라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가 청년층 고용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청년 일자리를 직접 없앤 것일까
이번 한국은행 분석에서 중요한 부분은 AI와 청년고용 감소의 관계를 단순하게 해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AI에 많이 노출되는 직종에서 청년 일자리가 줄었다고 해서 모든 감소가 AI 기술의 일자리 대체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업무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고, 동시에 신입사원보다 경험이 있는 인력을 채용하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가 AI 기술 확산과 같은 시기에 나타나면서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앞으로 AI 고용 문제를 바라볼 때는 ‘AI가 일자리를 없애는가’라는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기업의 채용 기준과 직무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력 사다리
청년 고용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이른바 경력 사다리다.
신입사원이 기업에 입사해 기초적인 업무를 경험하고 이후 더 높은 수준의 직무로 이동하는 과정이 대표적인 경력 사다리다.
하지만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을 선호하면 사회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들이 경력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AI가 업무 일부를 대신하면서 초급 수준의 반복적인 업무가 줄어들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과거에는 신입사원이 담당했던 자료 정리나 단순 분석, 기본적인 문서 작성 등의 업무가 AI와 자동화 기술을 통해 처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인력으로도 일정 수준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청년 입장에서는 첫 직장에서 배울 수 있었던 업무 경험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50대 이상 고용은 다른 모습
흥미로운 부분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모든 연령층의 고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는 50대 이상 연령층의 경우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도 고용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을 모두 AI가 대체하고 있다는 설명과는 다른 결과다.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AI 기술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기존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특정 산업에서 쌓은 경험이나 업무 판단 능력은 단순한 정보 처리와 다른 성격을 갖는다.
기업 입장에서도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숙련 인력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AI 시대에는 어떤 사람이 유리할까
AI 확산이 계속된다면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제공하는 결과를 검토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제시하더라도 해당 결과가 현실적으로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역할로 남을 수 있다.
기업 역시 AI를 활용하면서도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앞으로는 특정 업무를 단순히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AI를 활용해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
청년층 취업 경쟁도 달라질 수 있다
AI 확산은 취업 경쟁의 방식도 바꿀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컴퓨터 활용 능력이나 특정 프로그램 사용 능력이 취업 과정에서 중요한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AI를 실제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단순한 자격증이나 학력보다 AI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것이 청년들에게 단순히 더 많은 기술을 배우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AI를 활용하는 능력과 함께 산업에 대한 이해, 의사소통, 문제 해결, 판단력 등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역량을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해질 수 있다.
기업도 채용 방식을 바꿔야 한다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신입사원이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줄이는 대신 처음부터 경력자를 선호한다면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AI 도입으로 초급 업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기업이 신입사원을 교육하고 성장시키는 체계를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순 반복 업무를 AI가 대신한다면 신입사원이 더 높은 수준의 업무를 빠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직무 구조를 바꾸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AI가 신입사원의 역할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신입사원이 더 빠르게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방식이다.
정부 정책도 달라져야
정부 역시 AI 시대에 맞는 청년고용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청년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AI 산업에서 실제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이 청년층을 채용할 수 있도록 직무 교육과 현장 경험을 연결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특히 대학과 기업, 직업교육기관 사이의 연결을 강화해 교육과 실제 업무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 별도의 경력을 쌓아야만 취업할 수 있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노동시장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도 만든다
AI 기술이 확산된다고 해서 모든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기존 업무 가운데 일부가 사라지는 동시에 새로운 업무와 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AI 모델을 개발하거나 관리하는 직무뿐 아니라 AI를 특정 산업에 적용하는 전문가, 데이터 관리와 보안, AI 시스템 운영 등 새로운 분야의 인력 수요도 커질 수 있다.
기업이 AI를 도입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새로운 사업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AI와 고용의 관계를 단순히 일자리 감소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문제는 변화 과정에서 기존 일자리를 잃거나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해야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느냐다.
청년층에 더 어려운 이유
청년층이 AI 시대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이유는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경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의 신입 채용이 줄어들면 취업 기회를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반면 기존 근로자는 업무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AI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결국 같은 AI 기술 변화라도 노동시장에 진입한 시점과 경력 수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청년층의 고용 감소와 함께 ‘경력 사다리’ 문제를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볼 수 있다.
AI 시대의 경제 성장과 고용

AI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로봇 등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 새로운 생산과 고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과 모든 근로자의 고용이 안정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생산성이 올라가더라도 특정 직무에 대한 인력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산업의 성장을 경제성장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특히 청년층이 AI 시대의 새로운 산업과 직무에 진입할 수 있도록 교육과 채용 구조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핵심은 AI 자체가 아니다
최근 4년 동안 청년 일자리 28만5천개가 감소했고 그중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발생했다는 통계는 분명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 숫자를 근거로 AI가 청년 일자리를 대량으로 빼앗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기업의 신입 채용 감소와 경력직 선호, 교육 방식의 변화 등 기존 노동시장 문제가 AI 확산과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AI가 더욱 빠르게 확산될수록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일자리를 없애느냐가 아니라, AI로 인해 바뀌는 노동시장에 청년들이 얼마나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경력 사다리를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AI 산업의 성장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뿐 아니라 인재 양성과 채용 구조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청년층이 AI를 경쟁자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업무와 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기업의 채용 방식도 함께 바뀔 필요가 있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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