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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머니무브 가속…은행 예금으로 다시 돈 몰리는 이유

vik 읽는 시간 약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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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으로 향하던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이동하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예금 상품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자산을 선호하는 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특히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최근 금융시장 자금 흐름의 변화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1000조원 눈앞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 999조2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984조9399억원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 약 2주 만에 14조2927억원이 증가했다. 영업일 기준으로 보면 9영업일 동안 하루 평균 약 1조5881억원의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유입된 셈이다.

정기예금 증가세는 최근 몇 달 동안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7조5327억원, 6월에는 4조6837억원 늘었고 7월에는 증가폭이 35조5401억원까지 확대됐다. 5월 이후 누적 증가액은 5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을 넘어서는 시점도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식시장 대기자금은 감소

은행 예금 증가와 함께 증권시장에 머물던 투자 대기자금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99조9765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이나 금융상품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자금으로, 증시의 대표적인 대기성 자금으로 활용된다.

특히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월 4일 139조6948억원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100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최고 수준과 비교하면 약 40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다만 투자자예탁금 감소분이 그대로 은행 정기예금으로 이동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투자자예탁금과 은행 예금에는 가계와 기업의 신규 자금, 기존 금융상품 만기 자금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은행 정기예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동시에 증시 대기자금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최근 투자자들의 자금 운용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왜 다시 예금으로 돈이 몰리나

역머니무브가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금융시장 변동성이다.

주식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보다 현금을 확보하거나 예금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도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거나 단기간에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나면 안정적인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금리 상승도 예금 선호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연 3%대 정기예금 상품이 등장하는 등 예금 금리를 둘러싼 경쟁도 나타나고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는 큰 가격 변동을 감수하지 않고도 일정 수준의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식이나 부동산 등 위험자산보다 예금의 상대적인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

정기예금과 적금은 다르게 움직여

흥미로운 부분은 모든 예금성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 44조922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798억원 감소했다. 7월에도 정기적금 잔액은 1조9179억원 줄었다.

이는 최근 자금 이동이 장기간 조금씩 돈을 넣는 적금보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목돈을 한 번에 맡기는 정기예금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정기예금은 가입할 때 약정한 기간 동안 자금을 맡기는 대신 비교적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졌을 때 보유 자산의 변동성을 줄이려는 투자자들이 선택하기 쉬운 상품이기도 하다.

요구불예금 감소도 눈여겨봐야

은행권의 자금 흐름을 볼 때 요구불예금의 변화도 중요하다.

요구불예금은 필요할 때 바로 인출하거나 이체할 수 있는 예금으로, 가계나 기업의 대기자금 성격을 갖는다. 최근에는 요구불예금의 회전율도 낮아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1회로 전월 23.1회보다 하락했다. 회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예금에 들어온 자금이 투자나 소비 등 다른 용도로 이동하는 속도가 둔화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계와 기업이 자금 집행을 미루고 현금을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에는 무조건 좋은 현상일까

은행 입장에서 예금이 늘어나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은행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을 바탕으로 대출이나 채권 등 다양한 자산을 운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은행이 늘어난 예금을 대출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운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저원가성 예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정기예금 비중이 높아지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예금이 크게 늘었다고 해서 은행의 수익성이 같은 비율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으로 유입된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역머니무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자금이 주식시장보다 예금으로 이동하면 금융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자금이 줄어들면서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주가와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다.

반면 예금 증가가 반드시 경제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가계가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고 금융자산의 변동성을 줄이면 향후 시장 상황이 안정됐을 때 다시 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금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투자와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예금에만 머무는 경우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함께 위축되면 경제의 자금 순환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다시 증시로 돈이 돌아올까

앞으로 역머니무브가 계속될지는 금리와 증시 흐름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예금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주식시장 변동성이 계속된다면 안정적인 예금 상품을 선호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증시가 안정되고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은행에 머물던 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예금의 이자 매력이 낮아지는 경우에도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최근 나타나는 역머니무브는 단순히 투자자들이 주식을 외면하고 있다는 의미보다는 금리와 시장 변동성에 따라 자금의 이동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5대 은행 정기예금이 1000조원에 육박하고 증시 투자 대기자금이 감소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자금 흐름 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금리와 주식시장 상황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은행에 머물고 있는 자금이 계속 예금에 남을지, 다시 증시와 실물경제로 이동할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vik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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