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증가세 둔화…‘빚투’ 주춤에 은행 한도 풀리나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급증했던 신용대출 증가세가 최근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빚투’ 수요가 한풀 꺾이면서 은행권의 대출 관리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보다 높이면서 은행권의 추가 대출 여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신용대출을 통한 투자 수요가 다시 확대될 경우 가계부채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어 대출 공급이 실제로 얼마나 완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신용대출 증가세 한풀 꺾여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은 최근까지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8월 들어서는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났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8월 들어 13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앞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 빠르게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상당히 둔화한 수준이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수요가 이전보다 약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스피가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추가 매수보다 보유 주식의 차익 실현이나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대출을 통한 투자 수요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용대출 급증
신용대출 증가세가 최근 둔화됐지만 올해 상반기만 놓고 보면 상황은 크게 달랐다.
5대 은행에서는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주식시장으로 개인 자금이 이동하면서 신용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실제로 5대 은행의 기타대출은 올해 상반기 관리 목표를 크게 웃돌았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금 수요가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 상품으로 이동한 영향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신용대출 증가세를 예의주시해왔다. 주택담보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단한 신용대출이 주식 투자자금으로 활용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졌을 때 가계의 상환 부담도 함께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빚투’ 주춤에 대출 수요도 변화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주식시장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올해 국내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해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장 전체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투자자들의 매매 전략이 보다 선별적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대출을 받아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보다 보유 종목을 정리하거나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신용대출 수요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지속적인 변화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주식시장 분위기가 다시 강하게 살아날 경우 신용대출 수요가 재차 증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 한도 풀릴까
신용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관리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전체에서 약 30조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추가로 확보되는 대출 여력이 모든 대출 상품에 동일하게 배분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주택 공급과 실수요자 지원을 위해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에 추가 여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총량 목표가 확대됐다고 해서 신용대출 한도가 곧바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19일 금융당국·은행권 협의
대출 공급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향은 19일 열리는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실무협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금융회사별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조정하고 추가로 확보되는 대출 여력을 어떻게 배분할지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별 대출 관리 성과 등을 고려해 금융회사마다 추가 공급 여력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협의 결과에 따라 하반기 은행권의 대출 영업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대출 수요가 집중되는 주택 관련 대출과 신용대출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은 다른 방향
현재 은행권의 대출 상황을 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흐름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잔액은 이미 기존 연간 증가 목표를 넘어선 상태다. 금융당국이 총량 목표를 확대하면서 추가 대출 여력은 늘어날 전망이지만, 실제 공급은 주택 실수요와 정책 목적에 맞춰 차등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당국은 추가로 확보되는 대출 여력이 투기적인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사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을 이용한 주식 투자 수요가 다시 커질 경우 은행권의 관리가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출 완화가 ‘빚투’로 이어질지는 변수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늘어나는 것과 개인이 실제로 신용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은행별 총량 관리와 개인의 소득, 신용도, 기존 부채 규모 등에 따라 실제 대출 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관리하면서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자금은 공급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출 총량 확대가 모든 차주의 대출 문턱을 낮추는 조치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주택 구입이나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정책적으로 필요한 대출에 공급 여력이 집중되고,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은 계속 관리될 가능성이 있다.
가계부채 관리와 대출 공급 사이 균형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대출을 무조건 줄이는 것도, 반대로 공급을 크게 늘리는 것도 부담이다.
대출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주택 구입이나 생활자금 등 실제 자금이 필요한 차주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하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처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에서는 신용대출 증가가 투자 수요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올해 상반기 신용대출 급증 이후 관련 관리 방안을 강화해왔다. 일부 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마이너스통장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신용대출 증가세 향방 주목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관리에도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출 규제가 완전히 완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 목표를 확대하면서도 실수요 중심의 자금 공급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시장이 다시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경우 신용대출을 활용한 ‘빚투’ 수요가 재차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하반기 은행권 대출 시장의 핵심은 추가 대출 여력을 어디에 배분할 것인지가 될 전망이다.
1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실무협의에서 은행별 총량 목표와 대출 공급 방안이 구체화되면 하반기 대출 시장의 방향도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 증가세가 현재처럼 둔화 흐름을 이어갈지, 주식시장 움직임에 따라 다시 확대될지가 향후 가계부채 관리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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