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대…원화 강세 어디까지 이어질까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때 1500원대를 넘어 1600원선까지 우려됐던 환율은 최근 1410원대까지 내려오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원화 강세가 어디까지 지속될지에 쏠리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 수급이 개선된 데다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고 미국 달러화 약세 요인이 겹치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단기간에 환율이 크게 떨어진 만큼 다시 반등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500원대에서 1410원대로 급락한 환율
최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상당히 가파르다.
8월 둘째 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평균 환율은 1417.6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5월 셋째 주 평균 환율이 1507.6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90원 가까이 낮아졌다.
특히 환율은 7월 들어 본격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7월 셋째 주 평균 환율이 1490.4원으로 내려오면서 1400원대에 진입했고, 이후 5주 연속 1400원대에서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외환시장에서는 1500원대 환율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1300원대 진입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원화 강세를 이끈 달러 공급
환율이 빠르게 내려온 배경에는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 여건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특히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과 관련한 달러 자금이 원화로 전환되면서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수출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환율 하락 압력이 커졌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에서 사용할 원화로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달러를 시장에 매도하고 원화를 사들이게 되는데, 달러 매도 물량이 많아지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최근처럼 수출대금과 기업 관련 달러 물량이 시장에 집중될 경우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도 원화 강세 요인
한국 경제의 대외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경상수지는 191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은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기존 전망치인 2500억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시했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입뿐 아니라 배당과 이자 등 해외와의 거래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수출 등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많아지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달러보다 유입되는 자금이 많아지면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에는 이 같은 대외 수급 개선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달러 약세도 변수
미국의 통화정책 전망도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타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에 대한 시장의 전망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미국의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 달러화 강세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상대적으로 달러의 투자 매력이 낮아질 경우 원화 등 다른 통화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원·달러 환율에도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정책은 향후 발표되는 물가와 고용 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현재의 달러 약세가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외국인 자금 흐름도 환율에 영향
국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외국인 자금도 원·달러 환율의 주요 변수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공급이 늘어난다. 반대로 국내 주식을 매도한 뒤 투자금을 해외로 송금하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발생한다.
최근 국내 증시가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방향에 따라 환율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환율 하락 과정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 움직임이 잦아든 점도 원화 강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도 환율 전망에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1300원대 진입 가능성도 거론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최근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일부 시장에서는 1300원대 진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과 경상수지 흑자, 미국 달러 약세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환율의 추가 하락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1300원대 진입을 당연한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
환율이 짧은 기간에 크게 하락한 만큼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나 달러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경우 하락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 실제 시장에서도 1410원 안팎에서는 환율 하단을 지지하는 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화 강세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원화 강세는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가져온다.
수입기업이나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기업에는 환율 하락이 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원유와 원자재 가격을 같은 달러 가격으로 구매하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해외여행이나 해외 직구, 해외 서비스 이용 등에 필요한 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수출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 같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이를 원화로 환산했을 때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할 경우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기업 달러대출 증가도 주목
최근 환율 하락과 관련해 기업들의 달러대출 증가도 눈에 띄는 변화다.
5대 은행의 기업 달러대출 잔액은 7월 말 86억8646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1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당장 필요한 달러를 환전하기보다 달러로 빌려 쓰고 향후 환율이 내려간 뒤 상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환율 전망이 빗나갈 경우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달러대출을 받은 뒤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면 원화 기준 상환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 하락을 예상한 기업들의 외화 차입 확대가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환율 하락세 계속될까
현재 원·달러 환율은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올해 고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경상수지 흑자와 달러 공급 확대, 미국 금리 전망 등을 근거로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반면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한 만큼 1400원대 초반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향후 원·달러 환율의 방향은 달러 공급과 외국인 자금 흐름, 미국 통화정책, 국내 수출 여건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수입물가와 해외 소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수출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환율이 단순히 낮아지는 것만으로 한국 경제에 모두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당분간 시장은 1400원대 초반에서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을지, 또는 단기 급락에 따른 반등이 나타날지를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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