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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들고 마트 갔더니 달라졌다…‘가격’보다 먼저 줄어든 것

vik 읽는 시간 약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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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장을 볼 때 가격표가 그대로라고 해서 물가가 오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평소 사던 과자 한 봉지가 조금 가벼워지고, 같은 가격의 즉석식품에서 내용물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실제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품의 양이나 크기를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다. 소비자는 계산대에서 이전과 같은 돈을 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바로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같은 양을 구입하려면 결국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식품과 생활용품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뿐 아니라 중량과 개수까지 확인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 장바구니 물가를 제대로 보려면 ‘얼마인가’와 함께 ‘얼마나 들어 있는가’도 확인해야 한다.

가격표는 그대로인데 왜 더 비싸졌을까

가상의 과자 한 봉지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에는 3000원에 100g을 판매했는데 올해 가격은 그대로 두고 내용량만 90g으로 줄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판매가격은 3000원으로 똑같다. 하지만 100g당 가격을 계산하면 지난해 3000원에서 올해 약 3333원으로 올라간다.

제품 가격을 직접 올리지 않았지만 소비자가 같은 양을 구입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약 11% 증가한 셈이다. 이것이 슈링크플레이션을 단순한 ‘용량 변경’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가격표가 움직이지 않아도 단위가격은 올라갈 수 있다.

기업은 왜 그냥 가격을 올리지 않을까

기업 입장에서도 제품 가격 인상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식품이나 생활용품은 몇백원의 가격 차이에도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경쟁사가 많다면 먼저 가격을 올리는 기업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바로 옆에 놓인 경쟁제품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재료와 포장재, 물류비 등이 상승했는데 판매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기업의 이익은 줄어든다. 그렇다고 가격을 바로 올리기 어렵다면 내용량이나 구성 등을 조정하는 방법이 선택지로 등장할 수 있다.

기업에는 원가를 관리하는 방법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이 줄어드는 사실상의 가격 상승으로 느껴진다.

10g 차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과자 한 봉지에서 10g이 줄었다고 하면 큰 변화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자주 구매하는 제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00g짜리 제품을 한 달에 10개씩 구매하던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내용량이 90g으로 줄어들면 같은 10개를 구입해도 한 달 동안 확보하는 제품의 양은 1kg에서 900g으로 감소한다.

예전과 똑같은 1kg을 소비하려면 추가 구매가 필요하다. 작은 용량 변화가 반복적인 소비에서는 실제 생활비 증가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슈링크플레이션은 한 번 살 때보다 여러 번 살수록 체감하기 쉬운 물가 상승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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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용량 변화는 포장식품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원리는 다양한 상품에 적용될 수 있다. 한 봉지에 들어가는 개수가 줄거나 제품 한 개의 크기가 작아지는 방식도 비슷하다.

묶음상품의 구성이 달라질 수도 있다. 과거에는 같은 가격에 10개를 판매했다면 새로운 제품에서는 8개나 9개가 들어가는 식이다.

식품이 아니더라도 휴지나 세제처럼 수량과 용량을 기준으로 구매하는 생활용품에서는 비슷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소비자가 포장 크기만 보고 이전 제품과 같다고 생각하면 실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포장의 크기가 아니라 안에 들어 있는 실제 중량과 수량이다.

포장지가 커 보여도 내용물이 많은 건 아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대개 포장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상자가 크거나 봉지가 큰 제품에 자연스럽게 눈이 갈 수 있다.

하지만 포장 크기와 실제 내용량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제품 보호를 위해 공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디자인이나 포장방식 때문에 실제 내용물보다 크게 보일 수도 있다.

특히 기존에 자주 구매했던 상품은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익숙한 포장 디자인 때문에 별다른 확인 없이 카트에 넣기 쉽기 때문이다.

제품이 리뉴얼됐다는 문구가 있다면 디자인뿐 아니라 중량과 개수도 함께 달라졌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그래서 마트 가격표에 ‘100g당 가격’이 있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 가격을 보다 보면 판매가격 아래에 100g당 또는 10ml당 가격이 표시된 경우가 있다. 바로 이런 제품들을 비교하기 위해 유용한 정보다.

A제품이 4000원이고 B제품이 4500원이라면 A제품이 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A제품은 200g, B제품은 300g이라면 단위가격에서는 결과가 달라진다.

A제품은 100g당 2000원이고 B제품은 100g당 1500원이다. 계산대에서 내는 돈은 B제품이 500원 많지만 같은 양을 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B제품이 저렴하다.

판매가격과 실제 가성비는 다른 숫자일 수 있다.

‘1+1’도 단위가격부터 계산해야 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1이나 2+1 행사도 마찬가지다. 할인 문구가 크게 붙어 있으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저렴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원래 가격이 얼마였는지, 제품 용량이 다른 상품과 같은지를 함께 확인해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행사 때문에 추가로 구매하면 실제 절약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이라면 더 그렇다. 싸게 여러 개를 샀지만 먹지 못하고 버린다면 단위가격이 아무리 낮아도 가계에는 손해다.

할인의 기준은 몇 개를 더 받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물건을 얼마에 샀느냐가 돼야 한다.

배달음식에서도 ‘양’은 가격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을 이해하는 방식은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볼 때도 활용할 수 있다. 메뉴 가격이 그대로인데 반찬의 종류가 줄거나 음식의 양이 달라진다면 소비자가 얻는 실질적인 가치는 감소할 수 있다.

다만 음식점의 양은 공산품처럼 일정한 중량으로 판매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비교가 쉽지 않다. 같은 메뉴라도 매장이나 주문 시점에 따라 양이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용량 변화를 슈링크플레이션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기업이 가격을 유지하면서 소비자가 받는 제품의 실질적인 양이나 구성을 지속적으로 줄였는지에 있다.

소비자가 가격 변화보다 이런 변화를 늦게 알아차린다는 점도 특징이다.

월급으로 살 수 있는 ‘양’이 줄어든다

물가 상승이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결국 소득으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월급이 그대로인데 제품 가격이 오르면 같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제품 가격이 그대로이고 내용량이 줄어도 결과는 비슷하다. 같은 양을 소비하려면 제품을 더 자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감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의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개인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의 가격과 용량 변화에 따라 실제 체감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료품처럼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에서 변화가 반복되면 소비자는 공식적인 물가 숫자보다 장바구니가 더 빠르게 비싸졌다고 느낄 수 있다.

무조건 큰 제품을 사는 것도 답은 아니다

단위가격을 비교하면 대용량 제품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1인 가구가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을 대용량으로 구입하면 다 먹기 전에 버릴 수 있다. 100g당 가격은 저렴했지만 실제 소비한 양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소용량 제품보다 비싸질 수도 있다.

보관공간도 비용이다. 냉동실과 냉장고 공간이 부족한데 할인 때문에 대량으로 구매하면 다른 식품을 보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단위가격이 가장 싼 상품보다 내가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양 가운데 단위가격이 낮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장보기 전에 기억할 숫자는 두 개다

마트에서 모든 상품의 가격을 일일이 계산할 필요는 없다. 자주 구매하는 몇 가지 품목만 기준을 만들어도 도움이 된다.

우유 1L가 평소 얼마인지, 자주 먹는 고기의 100g당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세제 1L 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대략 기억해두는 방식이다. 제품의 포장 디자인이나 행사 문구가 달라져도 단위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비교가 쉬워진다.

온라인 장보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검색 결과에 표시된 최종 결제금액만 보는 대신 중량이나 개수까지 확인하면 서로 다른 크기의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

가격표 하나보다 가격과 용량이라는 두 숫자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3000원이 그대로여도 물가는 오를 수 있다

물가가 오른다고 하면 대부분 가격표 숫자가 커지는 장면을 떠올린다. 3000원이던 제품이 3500원이 되는 식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부담하는 실질적인 가격은 다른 방식으로도 올라갈 수 있다. 판매가격은 3000원 그대로인데 내용량이 100g에서 90g으로 줄어드는 것도 그중 하나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일 수 있지만 소비자는 제품 변화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포장이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이전과 같은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앞으로 장을 볼 때 가격표에서 한 줄을 더 내려다볼 필요가 있다. ‘3000원’ 바로 옆에 적힌 ‘몇 g’이라는 숫자다.

물가는 돈으로만 오르지 않는다. 때로는 우리가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이 먼저 줄어든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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