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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는 왜 줄고 월세는 늘어날까?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는 이유

vik 읽는 시간 약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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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구하다 보면 예전과 다른 풍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보증금만 내는 전세보다 보증금에 매달 월세를 함께 내는 계약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이른바 ‘반전세’도 익숙한 주거 형태가 됐다.

왜 한국의 독특한 임대 방식인 전세는 줄고 월세는 늘어나는 걸까. 단순히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해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안에는 금리와 집값, 대출, 전세보증금의 활용 방식이 함께 얽혀 있다. 전세와 월세의 관계를 이해하면 금리가 움직일 때 임대차 시장이 왜 변하는지도 보이기 시작한다.

전세는 사실 집주인에게 큰돈을 빌려주는 구조다

전세의 가장 큰 특징은 매달 임대료를 내지 않는 대신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큰 보증금을 맡긴다는 것이다. 계약이 끝나면 집주인은 이 돈을 다시 돌려준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 집주인은 계약 기간 동안 세입자가 맡긴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 돈의 활용 가치가 상당히 컸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금융상품에 넣어 이자를 받을 수도 있었고, 다른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기존 대출을 갚는 데 활용할 수도 있었다.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던 시기에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추가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도 나타났다.

결국 전세는 집주인이 매달 월세를 받는 대신 세입자로부터 큰 목돈을 확보하는 임대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돈의 가격’, 즉 금리다.

금리가 달라지면 전세와 월세의 계산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3억원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집주인에게 중요한 것은 3억원이라는 숫자 자체만이 아니다. 그 돈을 가지고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도 중요하다. 금리가 높다면 목돈을 보유하는 가치가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자산가격과 금융환경이 달라지면 매달 안정적으로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세입자에게도 비슷한 계산이 존재한다. 전세보증금 전액을 자신의 돈으로 마련할 수 없다면 전세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이때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증가한다.

그러면 이런 비교가 가능해진다.

전세대출 이자를 매달 100만원 내는 것과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100만원 내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유리할까.

정답은 항상 같지 않다. 보증금 규모와 대출금리, 월세 수준, 자신의 자금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래서 금리가 움직이면 전세와 월세 사이의 상대적인 매력도 함께 변한다.

여기서 전월세 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경제 원리가 나온다. 전세와 월세는 완전히 별개의 시장이 아니라 서로 바꿔 계산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전세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바꾸면 얼마일까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전월세전환율’이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바꿀 때 그 돈이 어느 정도의 월세와 맞먹는지를 보여준다. 한국부동산원도 전월세전환율을 임대인의 요구수익률과 임차인의 전월세 선택을 판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지표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전월세전환율을 연 5%라고 가정해보자. 전세보증금 가운데 1억원을 월세로 전환한다면 1년에 500만원, 한 달로 나누면 약 42만원에 해당한다.

전세 3억원인 집을 보증금 2억원으로 낮추는 대신 월세 약 42만원을 받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 계약에서는 지역과 주택 유형, 수급 상황 등에 따라 전환 수준이 달라진다. 기존 전세계약의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전환율 상한도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 계산 결과와 실제 계약 조건이 항상 같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전세보증금에도 경제적인 가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월세는 매달 내는 돈이라 비용이 눈에 잘 보이지만, 전세 역시 큰 목돈을 집에 묶어두거나 대출을 받아 마련해야 한다는 비용이 있다.

그런데 왜 월세를 선택하는 계약이 많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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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월세 확대를 금리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선택이 동시에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매달 일정한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가 매력적일 수 있다. 특히 과거처럼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집값 상승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는 전략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거액의 보증금 대신 지속적인 임대수익을 선호할 가능성이 생긴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수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는 부담이 크다. 자기자금이 부족하면 전세대출을 이용해야 하는데, 대출 규제와 금리 수준에 따라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목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생기는 이유다.

전세보증금 반환에 대한 불안도 영향을 미친다. 전세가격이 내려가면서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새 세입자의 보증금만으로 돌려주기 어려워지는 ‘역전세’나 전세사기 문제가 알려지면서, 큰 보증금을 한 번에 맡기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세입자도 생겼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봐도 임차 시장에서 월세가 이미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4년 조사에서 전체 가구의 거주 형태 가운데 전세는 24.7%, 보증금 있는 월세는 45.7%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도 전세 26.6%, 보증금 있는 월세 48.1%였다.

이 숫자는 한국의 임대차 시장이 더 이상 전세 중심이라고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월세가 늘어나면 세입자에게 무조건 불리할까

월세가 증가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흔히 세입자의 부담이 무조건 커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세와 월세 가운데 어느 방식이 유리한지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전세는 매달 나가는 임대료가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큰 목돈이 필요하다. 전세대출을 받았다면 이자비용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월세는 필요한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적어 목돈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매달 고정적인 주거비가 발생한다. 장기간 거주한다면 누적되는 월세가 상당한 금액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단순히 ‘전세가 싸다’ 또는 ‘월세가 안전하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자신의 자금 상황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전세대출을 이용한다면 실제 월 이자가 얼마인지, 월세로 바꿀 경우 매달 얼마를 내야 하는지, 보증금으로 묶이는 자기자금은 다른 곳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함께 따져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전세와 월세를 비교할 때 월세 금액만 보면 안 되는 이유다.

앞으로 전월세 시장을 볼 때 무엇을 봐야 할까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전세를 원하는 세입자가 많고, 주택과 지역에 따라 전세 수요도 상당하다.

다만 앞으로 전월세 시장을 볼 때는 단순히 전셋값과 월세가 올랐는지만 확인하는 것보다 몇 가지 연결고리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금리다. 금리가 움직이면 전세대출의 이자 부담과 보증금의 경제적 가치가 함께 달라진다. 다음은 전세 매물과 월세 매물의 수급이다. 특정 지역에서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면 세입자의 선택지가 월세나 반전세로 이동할 수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와 전세보증 제도, 주택 공급까지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준다.

결국 ‘전세의 월세화’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집주인이 목돈과 월세 가운데 무엇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세입자가 큰 보증금과 매달 내는 주거비 가운데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금융환경과 주택시장 변화에 따라 달라진 결과다.

다음에 “월세 비중이 높아졌다”는 뉴스를 본다면 숫자 하나만 볼 필요는 없다. 그 뒤에서 금리와 대출, 전세보증금의 가치, 집주인과 세입자의 선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함께 보면 된다. 전세와 월세의 변화는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도 ‘돈의 가격’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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