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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왜 한국의 방공무기를 선택할까? 천궁-II로 보는 K-방산 수출의 구조

vik 읽는 시간 약 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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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와 자주포가 지상에서 싸우는 무기라면 방공체계는 하늘에서 날아오는 위협을 막는 역할을 한다. 미사일과 전투기는 물론 최근에는 값싼 드론까지 전장에 대량으로 등장하면서 ‘무엇으로 공격할 것인가’만큼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특히 중동은 이 문제가 경제와 직접 연결되는 지역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는 유전과 정유시설, 발전소, 항만, 공항 같은 국가 핵심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이런 시설이 멈추면 피해는 군사시설에 그치지 않고 원유 생산과 수출, 물류, 전력 공급까지 번질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II가 중동 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혔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라크까지 도입 계약이 이어지면서 한국 방산 수출에서 방공체계가 새로운 축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방산기업들이 경쟁하는 중동에서 왜 한국의 방공무기가 선택되고 있을까. 천궁-II라는 무기 하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 방공망이 어떻게 구성되고, 한국이 그 시장에서 무엇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중동은 왜 방공망에 큰돈을 쓸까

중동에서 에너지 시설은 단순한 공장 하나가 아니다. 원유를 생산하는 유전부터 정제하는 정유시설, 해외로 보내는 항만과 파이프라인까지 서로 연결돼 있다. 이 가운데 일부가 공격을 받아 멈추면 해당 국가의 수출뿐 아니라 국제유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카이크 석유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약 570만 배럴 줄면서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에 해당하는 생산이 일시적으로 차질을 빚었다. 국제유가도 즉각 크게 움직였다.

최근 전쟁에서는 위협의 종류도 더 다양해졌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인기가 대량으로 사용된다. 하나의 방공체계만으로 서로 다른 고도와 속도로 접근하는 모든 위협을 막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현대 방공은 여러 방어수단을 층층이 배치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멀리 있는 표적을 탐지하고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체계가 있는가 하면, 그보다 낮은 고도와 짧은 거리의 위협을 담당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천궁-II는 이 가운데 중거리·중고도 영역에서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도록 개발된 지대공 미사일 체계다. 중동 국가 입장에서는 기존 방공망에 새로운 체계를 추가하면서 방어망을 더 촘촘하게 만들 수 있는 선택지가 되는 셈이다.

천궁-II는 미사일 한 발을 파는 사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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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체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미사일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 방공체계의 핵심은 미사일 한 발보다 훨씬 넓다.

먼저 레이더가 날아오는 물체를 찾아야 한다. 발견한 표적이 항공기인지 미사일인지 판단하고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도 계산해야 한다. 이후 지휘통제체계가 어떤 표적을 먼저 요격할지 결정하고 발사대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한다.

즉 현대적인 방공체계는 탐지 → 판단 → 추적 → 요격이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연결되어야 작동한다.

천궁-II 역시 유도탄만 수출하는 구조가 아니다. 다기능레이더와 교전통제소, 발사대, 유도탄 등이 하나의 체계를 구성한다. 여기에는 LIG넥스원을 비롯해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여러 국내 기업의 기술과 제품이 연결돼 있다.

이 점은 방산 수출을 이해할 때 중요하다. 완성된 미사일 몇 발을 해외에 판매하는 것과 국가의 방공체계 일부를 구축해주는 것은 사업의 규모와 지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처음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도 추가 유도탄과 부품, 정비, 교육, 성능개량 등의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방공체계 수출은 하나의 제품을 파는 사업보다 여러 기업의 기술을 묶은 ‘시스템 수출’에 가깝다.

UAE에서 시작된 천궁-II는 왜 중동으로 확산됐을까

한국 천궁-II의 중동 진출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UAE였다. UAE와의 계약 규모는 약 35억 달러로 알려졌고, 당시 한국 방산 역사에서 단일 무기체계 기준으로 가장 큰 수출 계약 가운데 하나였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도 천궁-II를 선택했다. 2023년 체결된 계약은 10개 포대 규모, 약 32억 달러로 공개됐다. 2024년에는 이라크와도 약 28억 달러 규모의 천궁-II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

한 국가에서 시작된 수출이 주변 국가로 이어지는 현상에는 방산시장의 특징이 숨어 있다.

무기는 일반 소비재처럼 광고를 보고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실제 운용 가능성과 신뢰성, 다른 무기체계와의 연동, 정비 능력, 장기간의 부품 공급 등을 검토해야 한다. 계약 규모도 수조원에 이를 수 있어 구매국은 공급국과 기업이 수십 년 동안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본다.

특정 지역에서 먼저 도입된 무기체계가 실제로 운용되기 시작하면 다른 국가 입장에서는 하나의 참고 사례가 생긴다. 같은 지역은 직면한 안보 위협이나 기후 환경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주변국의 선택이 새로운 계약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여기에 한국은 중동 국가들과 방산협력을 단순한 완제품 판매에만 한정하지 않고 현지생산과 정비, 기술협력 등으로 넓히려 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K-방산 전체의 변화와 같은 흐름이다.

방공무기 수출이 커지면 한국 산업에는 무엇이 남을까

천궁-II 수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하나의 계약에 여러 산업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레이더에는 반도체와 전자부품이 들어가고, 유도탄에는 추진기관과 정밀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발사대에는 차량과 기계산업이 연결되며 지휘통제체계에는 소프트웨어와 통신기술이 사용된다. 방공체계 하나가 전자·기계·항공우주·소프트웨어 산업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런 산업에서는 첫 계약 이후의 시장도 중요하다. 구매국이 같은 체계를 오랫동안 운용한다면 소모된 유도탄을 다시 확보하고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레이더와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도록 성능을 높일 필요도 생긴다.

경제적으로 보면 일종의 설치 기반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처음 공급한 장비가 많아질수록 그 장비를 유지하기 위한 후속 시장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방공무기 수출이 계속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 등 기존 방산 강국과의 경쟁이 치열하고 구매국마다 기존 방공체계와의 호환성도 따져야 한다. 대규모 계약에서는 금융지원과 현지생산, 기술이전 조건까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방산은 국가 간 외교관계와 국제정세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성능과 가격만으로 계약이 결정되는 일반 제조업과 다른 부분이다.

천궁-II가 보여주는 K-방산의 다음 단계

한국 방산 수출을 이야기하면 K9 자주포와 K2 전차가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 한국 지상무기가 빠르게 시장을 넓힌 것은 K-방산 성장의 중요한 계기였다.

하지만 천궁-II의 중동 수출은 조금 다른 변화를 보여준다.

전차나 자주포 같은 완성 무기를 빠르게 생산하는 능력을 넘어 레이더·미사일·지휘통제·통신을 하나로 묶어 복잡한 방어체계를 공급하는 단계로 수출 영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서로 다른 방공체계를 연결하고 드론까지 탐지·요격하는 통합 방공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중동 국가들이 방공망에 투자하는 이유 역시 단순히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유전과 정유시설, 항만, 발전소, 도시 같은 국가의 경제 기반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격 한 번이 에너지 생산과 수출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방공체계는 국방비인 동시에 경제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비용이 된다.

그래서 천궁-II 수출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미사일의 사거리나 속도만이 아니다.

한국이 이제 무기 한 대를 해외에 판매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여러 기업의 기술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수출하는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동의 방공 수요는 안보와 에너지, 산업이 서로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천궁-II가 보여주는 K-방산의 다음 경쟁력은 결국 무기 하나가 아니라 복잡한 방어 시스템 전체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vik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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