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는 500조원 넘게 커졌는데…자산운용사는 어떻게 돈을 벌까?

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6월 말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512조4천억원으로 3월 말 360조7천억원보다 42.1% 증가했습니다. 9월 11일 공개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의 2분기 당기순이익도 2조6,889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83.4% 늘었습니다. 자산운용사가 굴리는 전체 자산은 2,777조5천억원까지 불어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투자자가 ETF를 사서 수익을 내면 자산운용사는 어디에서 돈을 버는 걸까요? ETF 가격이 많이 오를수록 운용사의 이익도 그만큼 커지는 것일까요? ETF 시장을 이해하려면 투자자의 수익률뿐 아니라 이 상품을 만드는 회사의 수익구조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ETF를 사면 자산운용사에는 어떤 돈이 들어갈까
ETF는 여러 주식이나 채권 등을 하나의 상품에 담아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펀드입니다. 투자자가 ETF를 매수하면 해당 상품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일정한 운용보수를 받습니다. 쉽게 말하면 투자자가 맡긴 자산을 관리해주는 대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ETF의 수익률과 자산운용사의 수익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ETF가 20% 올랐다고 해서 그 20%를 운용사가 가져가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 성과는 기본적으로 ETF를 보유한 투자자의 몫이고, 운용사는 상품에 정해진 보수 체계에 따라 돈을 법니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서도 운용보수는 집합투자기구를 운용한 대가로 운용사가 받는 금전으로 정의됩니다. 상품에 따라서는 일정한 기본운용보수 외에 성과에 연동된 보수 구조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모든 ETF가 투자수익을 운용사와 나눠 갖는 구조인 것은 아닙니다.
운용보수가 낮은데 어떻게 큰돈을 벌까
ETF를 고를 때 총보수가 0.1%, 0.2%처럼 매우 작게 표시된 상품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얼핏 보면 이렇게 작은 비율로 자산운용사가 큰돈을 벌 수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여기서 작동하는 것이 규모의 경제입니다. 단순한 예로 어떤 ETF에 10조원이 들어 있고 운용사가 가져가는 연간 운용보수율을 0.1%라고 가정하면, 계산상 연간 100억원 규모입니다. 물론 실제 운용사 수익은 상품별 보수 체계와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 숫자를 실제 이익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0.1%라는 작은 비율보다 그 비율이 적용되는 자산의 크기입니다. ETF 한 개가 아니라 여러 ETF와 펀드를 운용하고 그 안으로 수십조원, 수백조원의 자금이 들어오면 낮은 보수율도 상당한 수익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산운용사에는 단순히 ETF 가격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고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TF 시장이 커지면 모든 운용사가 돈을 잘 벌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번 자산운용사 실적에서 흥미로운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분기 자산운용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2조6,072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7.7% 증가했고, 고유재산을 운용하면서 발생한 증권투자 손익도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시장 전체가 커졌다고 모든 회사가 똑같은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ETF 시장에서는 투자자 자금이 인기 상품과 대형 운용사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TF는 같은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끼리 경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상품이라면 보수, 거래량, 추적오차, 상품 규모 등을 비교하게 됩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보수를 낮춰 투자자를 끌어오고 싶지만, 지나친 보수 경쟁은 상품 하나에서 얻는 수익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ETF 시장이 성장한다고 해서 모든 운용사가 자동으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자산을 모았는지, 어떤 상품에 자금이 들어오는지, 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는지에 따라 운용사별 실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TF 500조원은 금융산업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ETF 시장이 커지는 현상을 단순히 투자자가 ETF를 많이 산다는 의미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금융회사의 경쟁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과거 펀드 시장에서는 어떤 종목을 골라 높은 수익률을 내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었다면, ETF 시장에서는 낮은 비용과 거래 편의성, 상품 설계 능력, 브랜드 인지도와 자금 규모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라면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비용이 낮고 거래가 활발한 상품을 찾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운용사는 인기 있는 지수와 투자 테마를 먼저 상품화하고 더 많은 자산을 모으기 위해 경쟁합니다. 자금이 많이 모이면 상품의 존재감이 커지고, 이것이 다시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ETF 시장을 볼 때 앞으로는 단순히 “어떤 ETF가 많이 올랐나”만 볼 필요가 없습니다. 어느 운용사에 돈이 몰리고 있는지, 어떤 상품의 자산 규모가 커지는지, 보수 경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함께 보면 금융산업의 변화를 더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이번 500조원 돌파가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TF가 커지면서 투자상품 하나의 인기를 넘어 자산운용업의 돈 버는 방식과 경쟁구도까지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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