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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올랐는데 채권금리는 왜 내려갈까? 기준금리와 채권금리가 다르게 움직이는 이유

vik 읽는 시간 약 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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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지난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렸습니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입니다. 물가 상승세가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경제 성장세도 예상보다 강하다는 판단이 금리 인상의 배경이 됐습니다.

그런데 채권시장에서는 조금 이상해 보이는 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국채금리가 오히려 내려가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자체보다 인상 이후 시장금리가 내려간 점에 주목하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기준금리가 올라갔으니 모든 금리가 똑같이 올라야 할 것 같은데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이 질문을 이해하면 경제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장이 이미 반영했다’는 말의 의미도 함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와 채권금리는 같은 금리가 아니다

먼저 두 금리를 구분해야 합니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을 위해 결정하는 금리입니다.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상황 등을 살펴보고 중앙은행이 직접 결정합니다.

반면 채권금리는 시장에서 채권이 거래되는 과정에서 움직입니다. 국채를 사고팔려는 투자자의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앞으로의 물가와 경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망 등이 함께 반영됩니다.

쉽게 말해 기준금리가 현재 중앙은행이 정한 정책의 기준점이라면 채권금리에는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까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기준금리가 3.00%라고 해서 국고채 3년물이나 10년물 금리가 반드시 3.00%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기가 다른 채권마다 시장이 바라보는 시간과 위험이 다르기 때문에 금리도 서로 다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시장은 금리 인상을 발표 전에 먼저 반영한다

채권시장을 이해할 때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선반영’입니다.

투자자들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발표하는 날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지 않습니다. 물가와 성장률, 환율, 주택시장 같은 지표를 보면서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계속 예상합니다.

만약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채권금리는 실제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움직일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채권 가격에 미리 반영되는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금리를 올렸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발표 내용 자체에는 시장이 몰랐던 새로운 정보가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투자자들은 그다음 질문으로 관심을 옮깁니다.

‘앞으로 금리를 몇 번이나 더 올릴까?’

바로 여기에서 기준금리와 채권금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생깁니다.

금리를 올렸는데 채권금리가 내려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시장이 기준금리가 앞으로 여러 차례 더 오를 가능성까지 예상하고 있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실제 금리 결정 이후 중앙은행의 설명을 들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래 금리에 대한 전망을 다시 수정하게 됩니다. 예상했던 금리의 정점이 낮아지거나 인상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면 시장금리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도 비슷한 원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금리에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준금리를 올렸느냐’가 아닙니다. 시장이 그 결정을 얼마나 예상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발표 이후 미래 금리 전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이것이 경제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재료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말의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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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채와 장기채도 똑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채권의 만기도 중요해집니다.

만기가 짧은 채권은 비교적 가까운 시기의 기준금리 전망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것인지, 언제 인상을 멈출 것인지 같은 통화정책 전망이 중요합니다.

반면 10년이나 30년처럼 만기가 긴 국채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지금 당장의 기준금리뿐 아니라 앞으로 오랜 기간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재정 상황, 채권 공급과 수요 같은 요인까지 함께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같은 날에도 3년물과 10년물, 30년물 금리가 서로 다른 폭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9월에는 금리 전체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보다 만기에 따른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단기금리는 국내 최종 기준금리 전망에 민감한 반면 장기금리는 성장과 물가, 미국 장기금리 등의 영향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국채금리가 올랐다’는 말만으로는 채권시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몇 년 만기 국채인지까지 확인해야 시장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조금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채권금리를 보면 시장이 생각하는 미래가 보인다

기준금리와 채권금리의 차이를 알고 나면 금리 뉴스를 보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뉴스가 나오면 우선 왜 올렸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물가 때문인지,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기 때문인지, 환율이나 주택시장 같은 금융안정 위험 때문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채권금리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채권금리가 내려갔다면 시장이 금리 인상 자체보다 향후 통화정책 전망을 다르게 해석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는데 채권금리가 크게 오른다면 시장이 앞으로의 물가 상승이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더 걱정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채권금리는 통화정책 하나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경기 전망과 물가, 미국 금리, 국채 발행량, 국내외 투자자의 수급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가격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채권시장은 현재의 금리를 보여주는 시장인 동시에 미래에 대한 수많은 투자자의 전망이 모이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뉴스를 본다면 한 가지 숫자에서 멈추지 않아도 됩니다.

기준금리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본 다음, 채권시장은 그보다 더 먼 미래의 금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금리 뉴스에서 보이는 숫자들이 서로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vik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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