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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는 오르는데 전세는 줄었다…집 구하는 방식이 달라진 이유

vik 읽는 시간 약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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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구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선택지가 있다. 목돈을 마련해 전세로 들어갈지,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고 월세로 살지다.

한동안 국내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가 당연한 선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거나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높이는 계약이 늘면서 주거비를 부담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문제는 월세가 단순히 계약 형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세보증금처럼 나중에 돌려받는 돈과 달리 매달 지급하는 월세는 가계에서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이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동은 결국 한국 가계의 현금흐름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세가 당연했던 한국의 임대차 시장

전세는 해외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특유의 주거 계약 방식이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큰 금액의 보증금을 맡기고 일정 기간 거주한 뒤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구조다.

세입자는 매달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집주인은 받은 보증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집값이 장기간 상승하던 시기에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는 방식도 널리 활용됐다.

하지만 금리와 집값, 대출환경이 달라지면서 전세의 경제성도 이전과 같지 않게 됐다. 특히 큰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세입자에게는 전세대출 금리가 중요한 변수가 됐다.

전세냐 월세냐를 결정하는 기준이 단순한 선호에서 금융비용의 계산 문제로 바뀐 것이다.

금리가 오르자 전세의 장점도 흔들렸다

전세를 이용하려면 상당한 목돈이 필요하다. 자기자금이 부족하다면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가운데 2억원을 대출받았다고 생각해보자. 금리가 연 2%라면 단순 계산으로 연간 이자 부담은 400만원 수준이지만 금리가 연 4%가 되면 800만원으로 늘어난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33만원이던 금융비용이 약 67만원까지 올라가는 셈이다. 여기에 자신의 목돈을 보증금으로 묶어두면서 포기하는 예금이자나 투자수익까지 생각하면 실제 전세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월세가 아까우니 무조건 전세가 낫다’는 공식이 항상 맞지는 않는다.

집주인도 월세를 선호할 이유가 생겼다

임대차 계약 방식의 변화는 세입자만의 선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집주인의 판단도 중요하다.

과거 금리가 높지 않고 집값 상승 기대가 강했던 시기에는 큰 전세보증금을 받아 활용하는 것이 매력적인 선택일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시장과 금융환경이 달라지면 집주인 입장에서도 매달 안정적인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의 장점이 커질 수 있다.

은퇴 이후 별도의 근로소득이 없는 집주인에게는 월세가 생활비 역할을 하기도 한다. 큰 보증금 하나보다 매달 일정한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를 선호할 수 있는 것이다.

전세 공급과 월세 수요만으로 시장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자신의 현금흐름을 계산하면서 계약 형태를 선택한다.

보증금 1억원 낮추고 월세를 낸다면

전세와 월세를 비교할 때는 보증금과 월세를 따로 봐서는 안 된다.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가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가령 보증금을 1억원 줄이는 대신 매달 50만원의 월세를 추가로 낸다고 가정해보자. 1년 동안 지급하는 월세는 600만원이다.

1억원을 은행에서 빌려야 하는 사람이라면 대출이자와 600만원을 비교할 수 있다. 반대로 자기 돈 1억원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돈을 예금이나 다른 자산에 보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과 월세를 비교할 수 있다.

결국 같은 집이라도 세입자의 자금 상황에 따라 전세와 월세 가운데 유리한 선택이 달라진다.

그래서 알아야 하는 것이 ‘전월세전환율’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바꿀 때 활용되는 개념이 전월세전환율이다. 쉽게 말해 보증금을 줄이는 대신 내는 월세가 연간으로 어느 정도의 비용에 해당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보증금을 1억원 낮추고 월세가 50만원 늘어난다면 1년 동안 추가되는 월세는 600만원이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보증금 1억원에 대해 연 6% 수준의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만약 1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비용이 연 4%라면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높이는 선택이 숫자상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실제 대출금리가 전월세전환율보다 높다면 월세를 선택하는 쪽이 부담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실제 계약에서는 보증금 규모와 세금, 대출 가능 여부 등 여러 조건이 달라진다. 단순 계산만으로 계약을 결정하기보다 자신의 조건에 맞춰 비교해야 한다.

월세 70만원은 ‘1년에 840만원’

월세는 매달 나가기 때문에 한 번에 체감되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연간 금액으로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월세가 70만원이면 1년 동안 840만원을 지급한다. 2년을 같은 조건으로 거주하면 단순 계산으로 1680만원이다.

관리비까지 월 20만원을 부담한다면 실제 주거 관련 현금지출은 월 90만원까지 올라간다. 1년이면 1080만원이 매달의 소득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월세 계약을 볼 때는 월세 숫자만 확인하지 말고 월세와 관리비를 합친 연간 주거비를 계산해보는 것이 좋다.

월세가 늘면 소비에도 영향을 준다

주거비는 쉽게 줄이기 어려운 지출이다. 외식이나 여행은 형편에 따라 횟수를 줄일 수 있지만 계약기간 동안 지급해야 하는 월세를 마음대로 줄일 수는 없다.

월소득이 300만원인 사람이 월세와 관리비로 100만원을 사용한다면 소득의 3분의 1가량이 주거비로 빠져나간다. 여기에서 식비와 교통비, 통신비, 보험료 등을 내고 나면 저축하거나 여가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크게 줄어든다.

월세 부담 증가는 부동산시장 안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가계가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면 음식점과 유통, 여행 등 내수 소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주거비가 오르면 가계의 소비 여력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다.

청년층에게는 더 큰 문제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청년에게 수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모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면 자신의 저축과 전세대출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출한도가 부족하거나 이자 부담이 크다면 결국 상대적으로 적은 보증금과 월세를 선택하게 된다. 문제는 월세를 많이 내면 앞으로 전세나 주택 구입에 사용할 목돈을 모으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월급 300만원에서 매달 80만원을 월세로 사용하면 1년에 960만원이 빠져나간다. 같은 소득이라도 주거비가 낮은 사람과 비교하면 몇 년 뒤 모은 자산에서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주거비 문제는 현재의 생활비뿐 아니라 미래 자산 형성의 속도와도 연결된다.

월세가 싸다고 무조건 좋은 계약은 아니다

집을 알아볼 때 유난히 월세가 저렴한 매물이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월세만 보고 계약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보증금이 지나치게 높거나 관리비가 비싼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수도, 주차비 등 각종 비용이 관리비에 별도로 붙으면 광고에서 본 월세와 실제 매달 내는 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계약기간과 중도해지 조건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직장 이동 등으로 예상보다 일찍 이사를 해야 한다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거나 중개보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주거비는 월세 한 줄이 아니라 계약 전체의 비용으로 비교해야 한다.

전세라면 ‘싸다’보다 먼저 볼 것이 있다

전세는 월세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큰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겨야 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계약이 끝났을 때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다.

집값에 비해 전세보증금이 지나치게 높은 주택이라면 시장가격이 하락했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집주인의 선순위 채무가 많다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보증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계약 전에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소유자와 근저당권 등 권리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 등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전세에서는 몇십만원의 월세를 아끼는 것보다 수억원의 보증금을 지키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전세냐 월세냐, 정답은 금리에 따라 달라진다

전세와 월세 가운데 어느 쪽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세대출 금리와 전월세전환율, 보유한 현금 규모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전세에 들어가기 위해 고금리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는 사람과 보증금 대부분을 자기 돈으로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의 계산은 전혀 다르다. 앞으로 집을 구입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증금으로 목돈을 묶어두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예정이고 충분한 보증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월세를 계속 지급하는 것보다 전세가 유리한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이 어떤 계약을 선택했느냐가 아니다.

내가 실제로 부담하게 되는 2년간의 총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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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하기 전에 계산기부터 켜야 한다

전세와 월세를 비교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비용을 계산하는 것이다. 2년 계약이라면 전세대출 이자와 월세 총액을 각각 계산해볼 수 있다.

자기자금이 들어간다면 그 돈을 은행에 넣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세후 이자도 고려할 수 있다. 월세에서는 보증금에 묶이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남는 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계산에 포함된다.

관리비와 이사비, 중개보수처럼 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숫자를 모두 더해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집은 감정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계약 조건만큼은 숫자로 비교하는 것이 안전하다.

월세 시대, 달라진 것은 집이 아니라 돈의 흐름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 가계의 생활도 달라진다. 전세에서는 큰 목돈이 보증금으로 묶이는 대신 매달 나가는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면 월세에서는 작은 보증금 대신 지속적인 현금지출이 발생한다.

이는 단순한 부동산 계약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가계의 월급 가운데 매달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가 커진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주거비 부담이 높은 청년과 무주택 가구에게는 저축과 소비, 향후 주택 구입 계획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월세 시장의 변화가 생활경제에서도 중요한 이유다.

전세냐 월세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어느 집이 더 싸 보이는가”가 아니라 “내가 이 집에서 사는 동안 실제로 얼마를 지출하게 되는가”다.

보증금과 월세,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모두 합쳐보면 답은 사람마다 달라진다. 이제 집을 구할 때 부동산 앱 다음으로 먼저 열어야 할 것은 어쩌면 계산기일지도 모른다.

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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